헬스장에 갔다.
러닝 하면서 킨 TV에서 한 남자의 일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름도 모를뿐더러 처음 본 얼굴.
그는 자타공인 ‘로봇광’이자 공학 박사였다.
로봇 이야기가 시작되면 아이처럼 눈빛이 반짝이고 열정이 온몸에서 흘러넘쳤다.
그 모습이 참 부러웠다.
무언가에 그렇게 몰입하고 즐기고 기꺼이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
요즘 어떤 일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그의 모습은 더없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음식을 만들 때가 많다.
혹시나 맛이 없을까 봐 또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조리 전에 레시피를 계속 뒤적거리고 어떤 재료를 사야 될지 준비하는 시간이 길다. 그런데 그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나와 너무나 달랐다.
마트에 가서 그냥 내키는 대로 재료를 구매한 다음에 그 재료만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과 그 요리를 먹으면서 어떤 맛, 어떤 느낌이 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고 싶은 대로 이것저것 넣어보고 섞어보며 새로운 맛을 찾아가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그.
마치 로봇을 만들 때처럼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조해 가는 자세였다.
그에게 있어 삶, 음식, 로봇은 같은 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그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것일까.
왠지 내 모습이 부끄럽고 그가 너무 부러웠다.
사실 오래전부터 가져온 열등감이자 동경일지도 모르겠다.
난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그래서 항상 색에 집착하고 정답에 집착했다. 나도 나만의 뚜렷한 색깔을 뽐내고 싶었기에, 저 멀리서도 누구나 나를 알아주고 바라봐줬으면 했기에, 무채색 같은 나의 삶이 너무 싫었기에, 선명하고 뚜렷한 색을 찾고 싶었다. 인정과 사랑을 원하는 만큼 딱 그만큼 집착이 되었다.
3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는 그 영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는 로봇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삶을 생각했다.
삶에도 요리에도 직업에도 인생에도 모든 것에는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오로지 정답만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던 나에게 정답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마음껏 시도해 보는 게 삶일 수도 있다고 말을 거는 듯싶었다.
근래 들어 마음이 무거워질 때, 또 힘이 들어가서 오히려 걸음이 늦춰질 때마다 이 영상을 떠올린다.
그리고 힘을 뺀다.
되뇐다.
“가볍게 더 가볍게, 재미있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