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투제이 Oct 30. 2023

중년, 그 얼굴에 대하여

웃상 중년

  “당신, 장모님 얼굴 닮았네”

몇 년 전 자고 있는 나의 얼굴을 보고 남편이 무심히 던진 한 마디에 나는 기분이 상해 돌아누웠다. 어려서는 아빠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중년의 나이에 엄마 얼굴을 닮았다니...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엄마 얼굴은 늘 이마에 내천자를 그리고 무언가 강요하는 전사이미지였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6.25를 겪으며 오로지 당신 힘으로 살아가야 했던 엄마는 먹고사는 게 중요했을 것이고 삶이 곧 전쟁이었을 것이다.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길은 오직 공부라 여겼던 그 시대의 여느 엄마들처럼 공부에 뜻을 이미 접은 작은 오빠를 혼내고 책가방을 집어던지며 때린 무서운 얼굴이었다.


   남편의 한 마디에 서운함과 내 얼굴에 대한 실망의 며칠을 보낸 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남편에게 들은 답변은 의외였다. 남편이 경험한 장모님은 한 상 차려 배불러도 자꾸 더 먹으라고 수북이 담아주고 남 얘기를 욕을 섞어가며 맛깔라게 하는 분이었다. 남편의 얘기를 듣고 해프닝은 끝났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중년의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을 나타낸다고 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생활 습관의 개선으로 외모는 젊은 ‘중년 청춘’의 모습들이고, 자연스럽게 나이 든 중년의 모습을 뭔가 자기 관리 못한 잘못된 현상으로 여기게 해 청춘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시대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년미 없이 젊음만 강조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난 주름살 없는 팽팽한 중년이 아니라 편안하고 푸근한 웃상의 중년의 얼굴을 갖고 싶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오래전 코미디프로 제목이 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나  이는 굉장히 과학적인 근거를 뒷받침하는 말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프랑스 신경학자 뒤센은 미소를 지은 상태에서 뇌 MRI를 찍어보니 감정을 제어하는 부위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자극하는 교감신경이 누그러뜨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뇌는 진짜미소와 가짜미소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소를 반복하면 뇌에 습관회로가 생겨 자연스럽게 분노, 우울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웃을 일이 없어도 의도적으로 눈과 입으로 웃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진정되고 온화한 마음이 생겨 사고가 유연해지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결국 웃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언제부턴가 조금이라도 크게 입벌려 웃을라치면 입꼬리가 경직되고 아프기까지 하다. 웃음은 남에게 웃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나에게도 웃는 것이다. 기쁜 일에만 웃는 것은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기꺼이 웃을 수 있다면 행복이 따라올 것이고 어느순간 웃상이 되어 있을것이다. ‘왜 나에게는 웃을 일이 없지’라고 불평하지 말고 먼저 나의 얼굴 표정부터 살피고 미소부터 짓자. 내가 웃으면 행운의 여신도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래서 ‘웃상 중년’을 위해 오늘도 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에게 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몸으로 느끼는 중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