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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투제이 Dec 11. 2023

중년, 오늘 행복하기로 했다.

나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는 유독 글귀가 많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천둥 몇개, 벼락 몇개'

'밤이 아무리 길어도 결국 아침은 찾아오기 마련이야'

'아름다움은 앎음으로 피어난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뼈속에 스며드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야 어찌 매화 향기를 얻으리오'............



이렇듯 대추가 붉어지기를, 아침이 오기를, 아름다워지기를, 봄이 오기를, 매화향기 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고통스레 견뎌야하는 순간이 있었다. 정신과 의사들도 공황장애를 겪기도하고 내과의사도 암에 걸리기도 하듯 상담사에게도 영혼의 어둠을 경험하는 순간들은 피할 수 없다.

그 당시 나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있었고,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심연으로 밀어넣은듯 한데, 돌이켜보면 불행을 껴안고 있지만은 않았던 것같다.

삶의 이유를 발견한 여행이 있었고, 의도하지 않은 소소한 행복들, 하루 만보 걷기, 같이 밥먹어주는 친구들, 견딜만한 시련을 주신다는 믿음들이 한없이 추락하는 유리멘탈, 이리저리 흩어지는 마음의 상처, 부정적 프레임에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지내지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지는 않는다. 간혹 멍할때가 있긴 있어도 자세히 보면 그런 순간에도 마음과 생각은 어딘가를 향해 있다.

그런데 이 마음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현재에 머무르기 보다는 주로 과거나 미래를 헤매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과거는 주로 후회되는 일, 분노의 상황을 떠올리고 미래는 주로 불안이나 두려움, 걱정을 반영하고 있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경우,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때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그렇다면 건강한 정신이란 다름이 아니라 생각이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머무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생각이 과거나 미래로 떠도는 것을 막으면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현재에 머물며 단순해지게 마련이다.

그러한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상담에 오는 사람들에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 여기 즉 현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어려우면 현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여 괜히 잡생각을 줄이고 그만큼 건강해 질 수 있고 현재에 집중해야 헛된 것을 좇지 않고, 정말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엄밀히 보자면 우리가 정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지금 여기뿐이지 과거나 미래가 아니다. 특히 미래는 지금 여기에서 한 행위의 결과가 쌓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미리 당겨 걱정해 봐야 소용없다. 그러므로 심란하게 흩어지는 마음을 잡아 현재로 끌어오는 연습을 하는게 바람직하다. 그렇게  과거나 미래로 떠도는 것을 줄이면 그만큼 심란한 마음은 줄고 편안해질 것이다.



윤동주 시인과 같은 기숙사 생활을 했고, 만 99세로 연세대에서 주는 최고령 용재상을 받은 전 연세대 신학과 교수 유동식박사는 100년을 살아보니 미래보다 하루하루가 중요하다고 회고했다.

그 하루하루가 모여 내일이 될것이다.

그러니 오늘 행복하기로 결단하자. 행복을 미루면 행복의 감각 역시 녹슬며 행복은 우리가 허락한 만큼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곧 봄이 올거란 예감, 매화 향기가 날거라고 기대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



아이가 밤새 조금씩 자라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게 눈에 띄게 달라지듯이 오늘이 가장 젊은 중년에게도 내일이면 조금이라도 더 자란 모습으로 성숙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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