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날

by 세아

세상에는 축축한 날들이 있다.

제일 뜨거운 여름 한복판에서

차가운 비가 더위를 가라앉히듯

제일 행복한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눈물이 그 행복을 가라앉힌다.


그 축축한 날들은

온 바닥이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고

이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 외로웠고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었다.

그 동그란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차츰 사그라들고

햇살이 구름을 뚫고 나와

푸르른 하늘이 보일 무렵에

그 비가 지나간 것에 안도하고

맑은 햇살을 실껏 만끽하다가


어느 한 따듯한 날에

불현듯 축축했던 날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힘들었던 날들이

지나고 보면 잠시 더위를 식혀 주던

소나기 같은 짧은 순간이었다고,

그랬었다고.

토독, 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내 말소리를 작게 담아서

그때의 나에게

슬며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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