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인생

by 세아

모두가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저 멀리 급수대가 있는 곳으로. 마라톤이라고 생각한 이 길은 끝도 없이 뱅글뱅글 돈다. 누구는 지도를 가지고 곧 도착할 급수대에 들뜨며 달리고, 누구는 한걸음씩 힘겹게 내딛으며 달린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들이 다 똑같아 보인다. 신기록을 세우며 열심히 달려봐도 결국 그들은 마라톤을 벗어나질 못한다. 잠시 멈춰서서 생각하던 나는 결국 그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온갖 메달과 화환으로 장식해놓은 결승선은 그저 끝이라는 암울한 단어를 예쁘게 포장해놓은 것, 그것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는다. 그 끝이 얼마나 허무할지 나는 알고있다. 지금껏 달려왔건만 갑자기 사람들과 웃으며 악수하라고 시킨다. 한번도 배운 적 없던 그것을 우리는 또 당연하다는 듯이 하며 살아간다. 아무도 이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들과 같기에 등 떠밀려 달릴 뿐이다. 정작 침대에 누워 오늘을 마지막으로 회상할 때가 된다면 그만 달리고 내가 하고싶은걸 하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을 하면서 나는 달린다.

잠시 멈칫하다 보니 어느새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이 경기장을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1등이 되지도 못한 사람들이 내 뒤에 수두룩했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된 채로 달렸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숨이 찼고, 이제 그만 멈추고 싶어졌지만 아직 결승선에 가려면 멀었다. 이 경기장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밀려오면서도 그럴 만한 용기가 없어 내 마음을 깊게 억누른다. 이 글을 보는 사람중에 용기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한번 경기장을 벗어나 주길. 이 글을 보는 사람중에 나와 같이 잠시 멈칫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고 알려주길. 그러길 잠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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