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한 해의 정말 마지막 끝자락이다. 그저 하루가 지나가고 있을 뿐이지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갑자기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바뀌고 중학교 2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으로 바뀐다. 그 짧은 한순간에 말이다. 남들은 다들 새해가 즐거운가 보다. 나는 그리 기쁘진 않은데 말이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은 천천히 늙어간다. 늙어간다는 건 죽어간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파릇한 생명 같아 보이지만 똑같이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침대에 누워 가끔 내 미래를 상상해보곤 한다. 멋진 어른이 된 미래가 아닌 다 늙어서 힘을 쓸 기력도 없는 미래. 1년이 이렇게나 빠르게 지나가면 금방 그런 미래가 다가올 것처럼 느껴진다. 그때쯤 되면 공부가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왕 태어난 김에 내 의지대로 재밌게 살아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작은 일탈에도 들킬까 봐 언제나 불안에 떤다.
생각을 많이 하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만나볼 수 있다. 미래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 무슨 일을 할지. 판타지 같은 허무맹랑한 생각부터 꽤 신빙성 있는 가능성까지. 내가 생각하는 건 정말 다양하다. 그 모든 생각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오히려 걱정들이 더 많다. 잘못을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친구랑 싸웠을 때 친구가 어떻게 말할지,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어떻게 될지. 사실 쓸데없는 걱정이 대부분이다. 생각해 봤자 명확한 답도 안 나오고 생각이 끝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뇌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면 좀 차분해진다. 머릿속 생각을 하얀 종이에 그려내다 보면 잠시 동안은 머리가 비워진 느낌이다. 비록 이 서툰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나는 딱히 글에는 소질이 없는 듯하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뭐 그래도 내가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니 된 거다. 언젠가는 나도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