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카페에 찾아온 봄3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기분이 붕 떴고 가슴은 작게 뛰었다.

by 세아

“안녕하세요!”

딸랑, 풍경이 경쾌하게 울리며 정현 형이 나타나 인사했다. 그 풍경 소리는 아까까지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깨트렸다. 아윤이의 입에는 반가운 미소가 걸렸고 방금 전과는 다르게 나는 그 미소가 보기 싫어졌다. 형은 우리 둘을 한번 훑어보더니 나를 보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나와 아윤이 동시에 인사했다.

“아, 맞다. 사장님이 배달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습관적으로 카페로 찾아와 버렸네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카페를 다시 빠져나가자 딸랑, 경쾌한 풍경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마치 계기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다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까지의 분위기를 다 깨고 나간 정현 형이 밉긴 했지만 사실 내가 아윤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정현 형 덕분이라 싫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장님이 늦으실 것 같은데 우리 이만 가볼까?”

아윤이가 정적을 깨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내가 아쉬움을 숨긴 채로 말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밀어 넣고 테이블을 정돈한 뒤, 같이 문을 열고 카페를 나왔다. 딸랑, 두 개의 풍경소리가 하나로 합쳐진 듯한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마치 가수들의 화음을 듣는 것 같았다. 우리는 카페 바로 밖이 아닌 길가에 서 있었다. 내가 카페에 오기 전까지 산책했었던 곳이었다.

“여긴.. 방금까지 산책했었던 곳인데?”

“너 아까까지 여기서 산책하고 있었어? 여기 벚꽃이 정말 예쁘게 피었다!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아.”

“나도 눈이 내린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대답에 아윤이는 꽃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나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다음에 카페로 또 와. 그때는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

아윤이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응, 잘 가..”

멀어지는 아윤이를 바라보며 나는 하염없이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내 머리 위에는 벚꽃이 소복하게 쌓여갔고 쌓이는 벚꽃을 나는 두 손 가득 담았다. 벚꽃을 보니 아윤이의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그 미소를 좋아하기에 벚꽃도 좋아졌다. 아윤이를 만나게 해 준 정현 형도 좋아졌고, 만남의 장소가 되어준 곰돌이 카페와 이 산책로도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윤이가 정말 좋아졌다.


핸드폰 잠금을 풀고 확인해 보니 읽지 않은 메시지와 받지 않은 연락이 수십 개는 되었다. 엄마가 보낸 메시지는 딱 하나뿐이었다.

‘승율아, 네가 갑자기 학교를 안 간다고 하고 전화기도 꺼져있으니 엄마는 걱정된다. 다시 핸드폰을 켜서 이 문자를 보면 잘 있다고만 문자 해 주렴. 선생님께 네가 학교에 진짜로 안 갔다는 말을 듣고 한번 깊게 생각해 봤는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너를 공부에만 묶어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다 네가 잘 됐으면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작 너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았구나. 오늘 하루 안전하게만 보내고 너무 늦지는 않게 들어오렴. 집에 들어오면 한번 잘 상의해 보자꾸나.’

울컥하며 눈가로 뜨거운 게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입을 앙다물며 하늘을 보고 참으려 애썼지만 결국 눈가에 맺힌 작은 방울은 볼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려 바닥에 톡 하고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그렇게 순간적으로 내렸던 결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졸였을까 실감됐다. 그렇다고 내가 학교를 빠진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선생님과 엄마에게 좀 더 자세히 말한 후 학교를 빠졌을 거다.

눈물을 소매로 슥 닦고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저녁 전에는 집에 들어갈게요. 저는 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보내자마자 문자 앞에 붙은 1 표시는 금방 사라졌다. 미안함과 슬픔이 밀려들면서도 날 위해주는 사람이 제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행복감이 차올랐다. 이번에는 눈가가 아닌 내 마음 깊숙이서 뜨거운 것이 밀려드는 느낌이었다. 아까 아윤이와 만났을 때처럼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푸른 하늘,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길 양옆으로 길게 널려있는 나무들과 잔잔하게 비추는 햇살까지.. 이 모든 게 다 좋아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기분이 붕 떴고 가슴은 작게 뛰었다. 이런 게 바로 즐거움일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 오랜만에 온 감정이 너무 반가웠다. 그 감정을 따라서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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