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사랑도 영화로 배웠어?-(1)
글 특성상 펀치 드렁크 러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은 감상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영화를 감상하시고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공감하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근데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좀 멍해진다.
그 '다른 방식'이라는 게 대체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남들의 사랑은 툭 치면 튀어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시작도 예쁘고, 첫 장면부터 잘 찍힌 영화 같던데
내 사랑은 늘 어수선했다.
말이 꼬이고, 감정은 불편하고, 막상 마음을 꺼내려하면 손이 먼저 굳는 타입.
그러니깐 사랑의 시작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펀치 드렁크 러브를 처음 봤을 때
'아, 이 영화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고 알려주는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배리 이건은 이상하다.
어른인데 어른 같지 않고, 조용한데 위험하고, 정말 착한데 어디가 계속 망가져있다.
화를 참다가 갑자기 펑하고 터지고, 사랑도 느닷없이 터져버린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었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못 배운 어른들의 얼굴은 대부분 저렇게 생겼다.
(나도 그렇겠지)
이 영화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센지 넌 모를 거다. 난 사랑에 빠졌거든"
이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이상하게 뜨거워진다.
사랑이 오면 사람이 진짜 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잠깐이라도 그런 착각을 준다.
평소에 전화 한 통도 망설이던 사람이 갑자기 어디든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아지는 힘
그게 사랑의 농담 같고, 또 그 농담이 너무 사람 같다.
솔직히 나는 사랑 앞에서 멋있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표현하려 하면 말이 새어 나오고, 잘하려고 하면 더 이상해지고, 사랑이 오면 설레기보다 먼저 어색해지는 인간
나는 늘 그쪽이었다.
그래서 배리가 사랑에 빠져서 무모한 용기를 내는 장면들이 웃기면서도 이상하게 깊었다.
'설마.... 근데 나도 저런 순간이 있었겠지'
말하기 굉장히 부끄러운 종류의 공감
배리는 진짜 사랑을 하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근데 그게 오히려 더 진짜 같다.
사랑 앞에서 서툰 사람의 마음은 그 어설픔 때문에 더 진심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원래 능숙하게 잘하지 못할 때 더 진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게
필름처럼 매끄럽게 돌아가는 장면이 아니라
예상 못한 순간에 걸리고 튀고 흔들리는
엉망징창 한 감정의 움직임이라는 걸 다시 배운다.
그걸 붙잡는 데 필요한 건 그 순간의 용기고,
그 용기는 대부분 '이상한 사람'에게서 먼저 나온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사랑이 어떤 모양일 수 있는지를
가장 단단하게, 가장 웃기게, 가장 이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 한 가지 사실을 슬며시 전해준다.
사랑은 누가 더 준비되어 있는지 따지지 않고, 누가 더 멀쩡한지도 보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온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이상하면 어떤가.
사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