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래서 무슨 게임하는데?
착하고 순했던 내 아이가 게임 때문에 거친 언어를 쓰기 시작하고, 제약을 두니 반항을 하며, 못하게 하자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흔한 서사가 되어버렸다.
부모들은 저마다 비슷하고도 다른 이유로 내 아이의 게임 생활에 불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만의 끝엔 늘 아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막막한 숙제가 놓여 있다.
어떤 부모는 직접 통제하려 들고, 어떤 부모는 그저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내 아이가 혹시 게임 과몰입 상태는 아닐까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한가지다.
가끔 지인들이 아이의 게임 문제로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 망설인다. 같은 부모로서 깊이 공감하는 마음과, 리터러시 강사로서 전해야 할 객관적인 이야기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다. 하지만 긴 침묵 끝에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그래서 무슨 게임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의 패턴은 대개 비슷하다.
"로블록스"
"로블록스 안에도 게임이 정말 많은데, 혹시 제목은 모르고?"
"글쎄, 그냥 이것저것 하던데..."
혹은 이런 식이다.
"음? 몰라. 그냥 컴퓨터만 붙잡고 있어. 어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무슨 게임을 하느냐는 질문은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첫걸음이다.
"모른다"는 부모의 대답 뒤에는, 아이와 소통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막막함이 숨어 있다.
어떻게 하면 현실과 이상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 답변해 줄 수 있을까. 항상 숙제이며 고민이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길건 짧건,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다.
아이의 게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나는 게임 싫어해, 관심이 전혀 없어, 너무 어려워"
안타깝게도 이런 접근으로는 자녀의 게임 고민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부모가 게임을 무시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즐거움조차 부정당했다고 느끼며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다. 설령 부모가 게임에 대해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생각은 태도에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보다 게임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우리 부모님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 단정 짓는다. 특히 게임 영역에서만큼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게 되고, 결국 어떤 말로도 아이를 설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의 게임을 무조건 다 해보고 거창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당장 꺼!"라고 소리치기 전에 아이의 게임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은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몇 가지 사소하고도 별것 아닌 것들에 대해 질문을 통해 소통을 시도해 보자.
"이 게임 제목은 뭐야?" "어떤 재미로 하는 거야?" "보통 누구랑 같이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거야?"
이런 질문들을 통해 게임과 아이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물론 아이가 어리다면 신이 나서 설명해 주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이런 갑작스러운 접근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의 본심이 아니며 단지 [호르몬의 노예]인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가슴에 새기자!!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내 아이의 게임 생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의 입으로 듣기 어렵다면 유튜브 검색을 통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와 함께 아이가 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게임을 잘하거나 못하거나 중요하지 않다. 함께 해보라는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러운 대화의 물꼬를 트고, 적어도 부모가 나의 세계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기 위함이다.
그래,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시간도 없을뿐더러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많은 부모들은 답답함이 밀려올 것이다. 그래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게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 [게임 소통 가이드]를 제안하고 싶다.
아래 표는 아이와 부모가 서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를 일람해 놓은 표이다. 단순히 "하지 마"라는 일방적인 통제에서 벗어나, 부모와 아이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건강한 게임 생활이 가능해진다. 우리 집만의 단단한 게임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가이드를 아래와 같이 제안해 본다.
아이의 게임 생활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 부모는 반드시 자녀의 게임 세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게임을 하는지, 등급은 적절한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게임 안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그 가상 세계에서 아이가 무엇을 동력 삼아 즐거움을 얻는지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게임이 내가 좋아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기엔, 그것은 이미 아이의 일상과 손 위에 너무도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게임은 외면해야 할 골칫덩이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부하고 읽어내야 할 새로운 언어가 되어야 한다. 무관심이라는 방임보다는, 서툴더라도 함께 들여다보는 관심이야말로 우리 아이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 될 것이다.
오늘도 손 안의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모든 부모님께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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