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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름 Feb 05. 2024

끊임없이 더 나아져야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서 충만한 행복을 발견하기

우리가 어떤 시나리오로 죽음을 맞이하든 중요한 것은 삶과 죽음을 잘 메꾸는 일입니다. 촘촘하게 사는 노력은 죽기 전에 급급하게 욕망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서 충만한 행복을 발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루만 살 것도, 영원을 살 것도 아니라면 매일 자기 안에서 움트는 의미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합니다.

박정수, <좋은 기분>


나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다. 이제껏 적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나름 행복했던 순간이나 여한이 없다고 느껴지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항상 지금의 불만족스러운 나로 돌아왔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라는 거대담론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일상에서도 예민해지고 흠잡을 일 투성이었다. 내 주위에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항상 내 자존감을 북돋아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타고난 비관적인 천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나의 이런 만족을 모르는 성향 때문에 스스로 계속 채찍질을 해댄 결과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최선’보다 ‘최고’를 추구한 덕에 내가 이룰 수 있었던 성과들도 분명 있었다. 한창 외국어를 공부할 때엔 그냥 쉬기엔 죄책감이 들어서 영화나 드라마도 그 언어로 된 것들만 주야장천 틀어놓고 보기도 했다(내가 어렸을 때 즐겨보던 늦깎이 해외파 성공기들은 훨씬 더 무시무시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했다). 분명 그런 노력들이 끊임없이 나 자신을 개선하고 더 낫게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안타깝게도) 그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내가 불행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흔히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연습한 덕분에 나는 개선점을 찾고 지적하는 것에는 도가 텄지만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은 어색해했다. 우리 집 강아지가 매일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반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는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는데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 세상엔 아직 쉽게 만족해서 보다 덜 만족하기에 생기는 문제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제는 가진 것에서 행복을 찾는 태도가 나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행복이 성취 분의 욕망이라면 욕망만 잘 관리해도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 자꾸만 남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와 만족으로 삶과 죽음을 잘 메꾸려는 나의 시도는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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