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가 주는 것들

보고 싶은 레체

by 푸르름


끝물이라는 코로나에 결국 걸려버렸다.


저녁부터 목이 칼칼했던 것은 오랜만의 친구와의 통화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다음 날 머리가 띵한 것은 숙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코로나 자가키트는 이미 음성이 나왔는데 온몸을 두드려 맞은 듯한 근육통은 계속되어 혼자 거의 독감이라 확신하고 병원에 가봐야 하나 하던 차였다. 이윽고 그다음 날, 여느 때처럼 가습기를 틀고 잤는데 목이 찢어질 것 같이 아픈 이유는 뭘까 하며 코로나 키트를 또 한 번 실시했는데 맙소사 처음으로 선명하게 뜬 두 줄을 보고 말았다. 헐레벌떡 직장, 지인 등 최근에 만난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 확진임을 전하고 병원에서 공식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야 정말 실감이 났다. 이토록 아픈 것을 나는 남들이 코로나에 걸린 적 있느냐고 질문할 때, 이미 걸렸지만 아마 무증상으로 넘어갔을 거라 치부하며 대답해 왔었구나.


갑작스럽게 시작된 원룸 격리 생활에 제일 보고 싶은 것은 역시 우리 레체이다.


물론 처음 며칠은 산책 생각도 못하도록 혹독하고 쇠약했다. 목은 불타는 듯 찢어지는 듯 아팠으며 침을 자주 삼켜 목이 건조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아파 침을 삼킬 수가 없는 그런 힘든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밤에 모두 자는 동안 꽉 막힌 코와 타는 듯한 목에 숨을 쉬기 어려워 뒤척이며 자주 깨야했다.


좀 정신을 차리고 나자 레체가 많이 보고 싶었다. 예의 그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 원하는 게 있을 때 주는 손, 무심히 옆에 살을 붙이고 앉을 때의 온기, 저 멀리서 우다다 반갑게 달려오는 모습 등…


© Leche @holaleche


코로나가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코로나를 겪고 이겨내신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레체의 산책은 소중하니 절대 동거인에게 옮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막아봐야겠다.


가끔 동거인이 올드보이처럼 배식을 넣어줄 때면 저 뒤에서 빼꼼 나를 쳐다보는 레체의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아쉬웠다. 처음엔 궁금한지 어떻게든 가까이 와서 보려고 하던 레체가 점점 더 시야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며 혹시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해 버릴까 봐 조바심이 든다. 레체, 조금만 더 기다려!


©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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