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back] 중성화의 추억

과 복잡한 잔상

by 푸르름


레체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의 중성화 의무는 나에게 남의 이야기였다. 그냥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필수인 반려인의 의무 정도? 레체는 보호소에서 데려올 때 중성화가 필수 조건이었기 때문에 꼭 해야 하긴 했지만 가끔 레체 닮은 레체의 아들 딸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보게 된다. 지인 중 한 분은 내게 농담처럼 매우 무거운 질문을 던지시기도 했다. 레체의 의사는 확인했냐는…


중성화의 날이 밝아왔을 때 무엇보다 레체와 처음으로 오래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걱정되었다. 그리고 보통 별 문제가 없다지만 그래도 마취하고 하는 수술이라 부디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쫄래쫄래 따라가 차에 탄 레체를 병원에 내려다 주고 우리는 허전한 마음을 뒤로한 채 집으로 와야 했다.


이윽고 수술이 잘 끝났고 데리러 와도 된다고 연락이 와서 부푼 가슴으로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넥카라를 하고 있는 레체가 펄떡펄떡 뛰며 반기는 모습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소변을 많이 참았을 수 있으니 주변을 좀 산책하다 차에 타시라고 권유하셔서 우리는 주변을 맴돌았지만 워낙 정갈하고 민감한 레체는 낯선 장소에서는 오줌을 싸지 못했다. 결국 차를 30분 정도 타고 집에 도착하자 우다다 배변패드로 뛰어가서 참았다는 듯이 오줌을 싸는데 거의 1분 이상을 패드 위가 한강이 되도록 싸는데 이걸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c) Leche @holaleche


생애 첫 수술을 무사히 끝낸 레체가 자랑스럽고 모든 게 감사했지만 여전히 가끔은 레체 닮은 꼬물이들을 만들 가능성을 너무 쉽게 닫아버린 것은 아닌가 아쉬운 생각도 든다. 레체가 남성견이라 입장이 좀 다를 수도 있지만 중성화가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쪼록 중성화를 앞둔 모든 강아지들이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건강하고 자유롭게 뛰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c)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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