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것은 바로 그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임을
젊었을 때는 지지부진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인생에서 중대한 뭔가를 빠뜨렸거나 어딘가에 더 중요한 인생의 알갱이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갈등한 시기도 있었다. 하나 중대한 것은 바로 그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일상이 깨어져봐야 아무 일 없이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
-이옥선, <즐거운 어른>-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전전긍긍한 지 어느덧 몇 달째. 아무것도 못 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는 더 조바심 내고 깊은 어둠으로 침전했다. 그러다 흔히들 말하는 바닥을 치고 강렬한 고통을 겪고 나서야 깨달음이 왔다. 체념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일상에서 벗어나면 일상이 그리워지고
막상 멀어져 보니 느끼게 된 고마움도 있고
계속 뒤돌아봐도 남는 것은 없다는 쓸쓸함도 있었다.
일상을 유지하는 것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나는 자꾸만 잊어버리지. 빨리 가야 한다는 조급함을 이제 그만 갖자. 아침인간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못했더라도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했더라도 그것으로 하루 기분을 망치지 말자. 아무것도 놓치는 것은 없어. 너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백번 양보해 정말 무언가를 놓치고 사는 것이더라도 아등바등 긴장하며 산다고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은 이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어야 한다는 것도. 내가 매일 스스로에게 말해주어야 할 것들은 그뿐만이 아니다. 하루에 하나씩 배운다고 생각하며 조바심을 줄이고 때로는 시간을 흘려보낼 줄도 아는 인내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남과 비교하지 말고 ‘비전’ 따위의 허울로 먼 미래를 그려보지도 말고 그래도 무언가 배우며 밥벌이하고 있음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밥벌이를 못하게 되더라도 내 존재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님을 잊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