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소년
강아지에게 비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비가 오면 모든 냄새가 증폭되어 후각이 발달한 강아지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단 비가 오는 동안은 산책을 가기 힘들기 때문에 장마는 실외배변을 고집하는 강아지들에게는 인고의 시간이기도 하다. 레체는 원래 실내배변을 하다가 점차 실외배변으로 옮겨 갔고, 지금은 다행히 오줌은 실내에서도 자주 하는 편이다.
멋진 우비를 사줬지만 레체가 이에 적응하는 데는 꽤나 걸렸다.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귀를 모자 안에 넣고 지퍼로 묶어줘야 하는데 그 상태에서는 걸리적거리는지 자꾸만 귀를 빼려고 애썼다.
결국은 얼굴을 반쯤 가린 채로 살짝살짝 걷다가 결국 얼굴과 귀를 내놓아야 즐겁게 산책을 시작했다.
비 온 후 산책은 비 오기 전보다 두 배로 즐거우니 마시멜로우 실험처럼 보상받는 느낌이려나. 귀여운 우비소년에게 비 폭탄이 떨어진다는 올여름이 조금 더 우중 산책에 적응하고 또 보답받는 그런 시간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