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샤워
레체를 처음 샤워시켰던 날의 긴장과 우여곡절이 기억난다.
여느 강아지처럼 레체도 샤워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말리는 건 더 싫어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뜨거운 열을 뿜는 드라이기가 무서워서일까. 이리저리 숨고 심지어는 으르렁 거리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날리고 빠지는 털 때문에 화장실 안은 털파티 장소가 되었고 배수관을 막는 털을 주기적으로 빼주어야 물이 빠졌다.
육아가 장비발이 듯, 레체의 샤워도 레체 전용 샤워기와 수건 등으로 나날이 발전해 나갔다. 이제 레체는 좀 더 여유롭게 샤워를 즐길 줄 아는 아이가 된 것 같다. 오늘은 샤워하다가 시원한 듯 웃어주는데 그걸 보고 있는 나의 피로까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씻고 난 레체의 향기를 맡는 것은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다. 레체의 구수한 정수리 냄새도 사랑하지만 오늘은 꽃향을 맡으며 굿나잇 키스를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