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느낌
살다 보면 본인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과시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본인이 무엇을 했고 얼마나 기여했는지 꼭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인정받고자 한다. 자기가 한 일의 응당 credit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죄악시되어서는 안 된다. 단 그것이 바로 존재감으로 이어지냐면 그건 또 아니다. ‘미친 존재감’의 용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존재감은 드러내지 않아도 퍼져 나오는 느낌이다. 존재감의 정의가 ‘사람, 사물 따위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임을 생각하면 존재감은 그 존재가 ‘부재’할 때 진정으로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레체와 함께 생활하다가 레체가 여행을 떠나거나 심지어는 잠시 산책으로 자리를 비워도 레체가 없는 공간의 적막함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집에 오면 꼬리펠러를 돌리며 환영해 주는 존재가 없어졌을 때 느끼는 공허함. 아무 말 없이 옆에 착 달라붙어 전해주던 온기의 부재. 그 존재감이 너무 커서 무겁게 침전하다가 드디어 돌아온 레체가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해 주면 그간 쌓인 외로움과 서러움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흔히 존재감을 ‘과시’한다고 표현하지만 진정한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웬만해서는 잘 짖지 않는 레체가 부재를 통해 증명하는 존재감. 늘 그 자리에서 말없이 표현하는 사랑스러운 존재감. 레체의 조용하지만 굳건한 존재감의 원동력은 매 순간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숙연해진다. 그나저나 레체의 분리불안을 없애는 교육은 열심히 하면서 정작 보호자인 나는 레체가 없으면 분리불안과 금단 현상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