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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폭풍의 눈일지라도

by 푸르름


오래간만에 별일 없는 주말이다.

그렇지만 평화로워도 마치 앞으로 닥칠 일을 준비하 듯 비장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금은 비관주의에 가까운 나의 현실주의적 성향은 그렇다 하더라도 한창 번아웃에 빠졌을 때 내가 항상 너무 앞서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나는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무척이나 아까워했는데 바로 쓸데없이 흘려보낸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에 입장하자마자 치약을 짜서 칫솔을 입에 물고, 발을 씻고 세수를 하면서 양치를 마쳐서 어떻게든 그 시간을 절약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번아웃이 심해질수록 이 간단한 세 동작도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급해지곤 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멀티태스킹 능력도 결과적으로는 일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감탄하게 하는 레체의 능력 중의 하나는 철저하게 현재를 사는 것이다. 레체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내 앞에 있는 냄새에 집중한다. 걱정이 산더미 같이 불어나 주말만 되면 월요증후군을 앓을 정도로 걱정을 달고 살던 나도 레체의 태도를 보며 조금씩 마음을 고쳐 먹게 되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일어나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은 대로 걱정할 필요 없더라. 레체처럼 한바탕 자고 웃고 나면 괜찮아지더라.

걱정해봤자 바뀌는 건 없어. 잠이나 자자. (c) Leche @holaleche
산책으로 마음을 비워봐. (c) Leche @holaleche
얍! (c) Leche @holaleche
웃으면 복이온다개. (c)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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