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18화

by BlackBearLeo

2025년 9월 초. 서울 변두리의 유하준 오피스텔. 며칠 밤낮없이 이어진 작업으로 방 안은 라면 봉지와 커피잔, 에너지 드링크 캔이 산을 이루며 더욱 혼돈스러워졌지만, 그 속에서 유하준의 천재성은 오로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팬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고,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김도윤은 그의 옆에서 밤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이 제시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천재적인 해킹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김도윤이 '잔류 사념'으로 감지한 비트코인 초기 거래 흔적, 숨겨진 더미 파일 폴더의 위치, 그리고 범인들의 감정적 패턴에서 읽어낸 미묘한 디지털 습관들은 유하준에게는 마치 보물 지도와 같았다. 그는 이 비상식적인 정보들을 기반으로 다크 웹의 복잡한 암호화 시스템과 익명화된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갔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수십 개의 모니터 화면에는 알 수 없는 코드와 데이터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녹색 글자들이 검은 화면을 현란하게 수놓았다.

"젠장, 이 녀석들… 제법이긴 하네요. 토르 네트워크에 VPN을 다섯 겹이나 깔았고, 서버도 계속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크 웹 내에서도 계층을 나누어 일반 사용자들과 운영진을 철저히 분리했군요. 가상화폐도 모네로와 여러 믹싱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금 세탁을 철저히 했으니… 일반적인 해커라면 여기서 진작에 포기하고 손 털었을 겁니다."

유하준은 중얼거렸지만, 그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그의 승부욕은 불타올랐다. 그는 김도윤이 준 단서들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초기 비트코인 거래 흔적', '더미 파일처럼 숨겨진 폴더'. 김도윤의 정보가 없었다면 그는 이 암흑 속에서 길을 헤맸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시스템은 없지. 모든 디지털 흔적은 결국 어딘가에 남게 되어 있어. 아무리 지우고 숨겨도, 데이터의 잔류 사념은 사라지지 않아. 검사님이 준 단서가 결정적입니다. 마치… 데이터의 영혼을 읽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잔류 사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제공하는 정보가 '데이터의 본질적인 흔적'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것은 기존의 디지털 포렌식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초월적인 차원의 정보였다.

그는 다크 웹 커뮤니티 '블랙 스크린'의 핵심 서버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방화벽을 우회하고, 복잡한 암호화 키를 해독했다. 수천 줄의 코드를 단숨에 분석하고, 취약점을 찾아내 시스템 깊숙이 침투했다. 그의 해킹은 단순한 침입이 아니라, 마치 예술과도 같았다. 그는 범인들이 예상치 못한 틈새를 파고들어, 그들의 가장 은밀한 영역, 즉 데이터의 심장부까지 도달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마법을 부리는 듯했고, 화면 속 커서들은 그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찾았습니다! 이 녀석들의 실제 IP 주소! 그리고… 자금 세탁에 사용된 모든 가상화폐 지갑 주소, 그들의 신상 정보가 담긴 숨겨진 메타데이터까지! 이 녀석들,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대화 내용까지 완벽하게 복구했습니다. 여기서 이 녀석들의 신원 정보까지 역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빌어먹을 시스템의 뿌리를 뽑을 수 있습니다!"

유하준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얼굴은 며칠 밤샘 작업으로 수척했지만, 눈빛은 승리감으로 이글거렸다. 화면에는 복잡한 네트워크 지도와 함께, 특정 IP 주소와 연결된 개인 정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크 웹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범인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오만하고 비열한 얼굴이 모니터 화면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김도윤은 유하준이 가리킨 화면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다크 웹의 익명성 뒤에 숨어 있던 범인들의 실제 신원이 드러나 있었다. 이름, 주소, 연락처, 심지어 그들의 얼굴 사진까지. 잔류 사념으로 감지했던 그들의 악의와 왜곡된 욕망이 이제 현실의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마침내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유하준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자, 두 사람의 협력이 완벽하게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김도윤은 욱신거리는 두통을 애써 참아냈다.

유하준이 찾아낸 디지털 증거는 압도적이었다. 그는 범인들의 모든 디지털 흔적을 완벽하게 파헤쳤고, 법정에서도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들을 확보했다. 이들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범죄의 모든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들이었다. 김도윤은 유하준이 찾아낸 이 디지털 증거들을 바탕으로 합법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그는 즉시 검찰 수사관들과 경찰 사이버 수사팀을 소집하여 유하준이 제공한 정보를 공유했다. 물론 유하준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유하준 씨가 찾아낸 이 자료들은 범인들의 신원을 특정하고 은신처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겁니다. 이 IP 주소들을 기반으로 통신 기록을 조회하고,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십시오. 그리고 이 메타데이터를 분석하여 범인들의 활동 패턴과 공범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매 순간 커지고 있습니다."

김도윤은 단호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의 지시는 명확했고, 그 속에는 유하준의 천재적인 해킹 실력에 대한 강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의 눈빛은 불타는 정의감으로 가득했다.

검찰과 경찰은 유하준이 제공한 정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며칠 밤낮을 헤매며 찾지 못했던 결정적인 단서들이 한순간에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사이버 수사대의 모든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내지 못했던 정보들이었다.

"김 검사님, 이 정보들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찾아내셨습니까? 이건 저희 디지털 포렌식 팀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내용들인데요? 마치 범인들의 손금을 꿰뚫어 본 것 같습니다!"

사이버 수사대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감탄과 함께 당혹감이 역력했다.

김도윤은 짧게 대답했다.

"숨겨진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보다 범인 검거가 우선입니다.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즉시 작전에 돌입하십시오. 단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는 유하준의 존재를 비밀에 부쳤다. 유하준의 작업 방식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부분이 있었고, 그의 익명성을 보호해야 했다. 유하준 역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유하준이 찾아낸 디지털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는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었다. 범인들의 은신처가 특정되었고, 검거 작전이 전국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블랙 스크린'의 운영자들과 핵심 가담자들이 차례로 검거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완벽한 익명성에 자만하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검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아지트에서는 여전히 끔찍한 영상들이 재생되고 있었고, 김도윤은 그 현장에서 잔류 사념으로 그들의 추악한 쾌락과 피해자들의 절규를 다시 한번 생생하게 느끼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김도윤의 '잔류 사념'이라는 초능력과 유하준의 '천재적인 해킹 실력'은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김도윤의 능력은 유하준에게 보이지 않는 길을 제시했고, 유하준의 능력은 그 길을 따라가며 법정에서도 유효한 물리적인 증거를 만들어냈다. 난항을 겪던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놀라운 속도로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언론은 경찰과 검찰의 쾌거를 대서특필했고, 국민들은 환호했다.

사건 해결의 중심에는 김도윤 검사가 있었다. 강재혁 경감은 김도윤의 활약을 지켜보며 복잡한 심경에 휩싸였다. 김도윤이 제시한 단서들은 너무나도 정확했고, 그 정확성은 일반적인 수사 능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다크 웹의 심연에 숨겨진 정보들을 김도윤이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짚어냈는지 강재혁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초능력' 가설은 이제 단순한 의심을 넘어, 점차 확신으로 변해갔다.

"김 검사, 이번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들을 제공했는데… 어떻게 그 정보들을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겠나? 특히 초기 비트코인 거래 흔적이나 숨겨진 메타데이터 같은 것들은 저희 사이버 수사대도 몇 주간 매달려도 찾지 못했던 부분인데. 당신의 '직감'이 그렇게까지 정확할 수 있나?"

강재혁은 김도윤의 사무실을 찾아가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의 눈빛은 김도윤을 꿰뚫어 보려는 듯 날카로웠다. 그는 김도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김도윤은 강재혁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오랜 수사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감과…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 이상은 밝히기 어렵습니다. 수사 기밀입니다. 경감님도 아시다시피, 이런 종류의 사건은 보안이 생명입니다."

그는 유하준의 존재를 끝까지 숨겼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지만, 그 속에는 굳건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강재혁의 의심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한 미묘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다. '외부 전문가'라는 말에 그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그는 김도윤이 숨기는 '무언가'가 있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바로 '초능력'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가설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김도윤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통찰력은 이제 단순한 '직감'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도윤 검사… 당신은 정말 '비질란테'인가? 그리고 그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은 당신의 능력을 돕는 조력자인가? 당신이 가진 능력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지?'

강재혁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들로 가득 찼다. 그는 김도윤의 모든 행적을 다시 한번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도윤이 유하준을 만났던 오피스텔 주변의 CCTV 기록과 통신 기록을 확보하려 했다. 그는 유하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강재혁의 추격은 이제 김도윤의 '초능력'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되었다. '비질란테'가 단순히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확신에 도달하고 있었다.

다크 웹의 악마들이 검거되며 사회는 안도했지만, 김도윤의 내면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다. '잔류 사념'의 부작용은 더욱 심해졌고, 그는 자신의 능력이 가진 양날의 검 같은 속성을 절감했다. 유하준과의 협력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비밀이 더욱 깊이 드러날 위험에 처했다.

김도윤은 자신의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밝았지만, 그의 마음속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비질란테'로서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고, 강재혁의 추격은 더욱 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유하준이라는 새로운 변수는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의를 향한 그의 길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었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움켜쥐었고, 욱신거리는 두통과 함께 피로가 그의 온몸을 짓눌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계속해서 자신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악을 심판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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