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2

by BlackBearLeo


수락산 숲에서 돌아온 이후, 김도윤의 밤은 더 이상 평온할 수 없었다. 침대에 몸을 뉘이면 어김없이 악몽이 그를 덮쳤다. 눈을 감는 순간, 숲의 어둠이 다시 펼쳐졌다. 귀청을 찢는 듯한 아이의 비명이 귓가를 맴돌고, 차가운 흙바닥에 흐트러진 작은 사지들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아이의 끔찍하게 훼손된 손발, 절규하는 얼굴, 그리고 피비린내와 함께 코를 찌르는 역겨운 악취가 그의 오감을 지배했다. 그 모든 절규 뒤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범인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하하하! 소리 질러 봐라!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어! 이 숲이 네 무덤이 될 테니!"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그의 뇌를 파고들었다. 낮에 아무리 이성적으로 사건을 분석하려 해도, 밤이 되면 모든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증폭되어 그를 괴롭혔다. 눈을 감으면 피 묻은 흙과 나뭇가지의 감촉이 손끝에 생생하게 느껴졌고, 코끝에는 비릿한 쇠 냄새와 역겨운 담배 냄새, 그리고 시큼한 땀 냄새가 뒤섞여 맴돌았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잔류 사념'이 단순히 현장의 잔상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아이의 마지막 고통을, 범인의 잔혹한 본성을, 그의 의식 속에 강제로 이식하는 행위였다. 영혼까지 좀먹는 듯한 고통이었다.

"젠장…!"

김도윤은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발작하며 온몸에 피를 펌프질했다. 시계는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며칠째 이어지는 불면증으로 그의 눈 밑은 검게 그늘져 있었고, 얼굴은 더욱 야위었다. 핏기 없는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와 차가운 물을 들이켰다.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에도, 아이의 비명은 그의 뇌를 울리는 메아리처럼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이러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는 차가운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자신의 몸에 깃든 이 알 수 없는 능력이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아이의 고통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는 이상, 그는 이 능력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이 고통스러운 파편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비명들은 평생 그를 쫓아다닐 것이 분명했다. 어둠 속에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날이 밝자마자 김도윤은 검찰청으로 향했다. 면도조차 하지 못한 덥수룩한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의 동료들은 그의 야윈 얼굴과 초점 없는 눈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감히 말을 걸지는 못했다. 김도윤은 이미 검찰청 내에서 '수사라면 귀신'이지만 '어딘가 범접하기 어려운' 인물로 통하고 있었다.

그는 김영호 형사에게서 받은 수락산 사건의 모든 자료들을 책상에 쌓아두고 파고들기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아이의 부검 보고서, 현장 사진, 그리고 목격자 진술이 가득했다. 자료들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종이에 묻은 희미한 흙먼지조차 그에게는 숲의 잔류 사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자료를 훑는 동시에, 밤새도록 그를 괴롭혔던 '잔류 사념'의 파편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들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려 애썼다. 마치 찢어진 사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보듯이.

범인은 왼손잡이였다. 칼을 휘두르던 손은 분명 왼손이었다. 힘을 주는 방식도 왼손에 특화되어 있었다.

*특정 브랜드의 담배 냄새… 싸구려 담배였던 것 같다. **'블랙 스모크'*라는 희미한 글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놈의 손가락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니코틴 침착이 심했다는 뜻이다.

왼쪽 약지에 희미한 문양이 새겨진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단순한 장식용 반지는 아닌 것 같았다. 어딘가 종교적이거나 특정 단체를 상징하는 듯한 문양이었다.

아이의 마지막 비명이 터져 나오던 순간, 범인은 낡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기름때 같은 것이 묻어 있었고, 등 뒤에 희미하게 숫자가 새겨진 것이 보였다. 건설 현장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인부일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아이의 시체를 묻기 전에, 특정 종류의 약품을 사용했다. 그 약품의 냄새가 숲의 흙냄새와 섞여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시체 부패를 지연시키거나, 혹은 증거를 인멸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는 종이에 자신이 '본' 것들을 끄적였다. 그림을 그리듯 왼손에 반지를 끼고 있는 남자의 손을 그렸고, 담배꽁초의 형태와 상표명을 어렴풋이 적었다. 희미하게 보였던 작업복의 등판에 쓰인 숫자 '27'도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명확했다. 이것들은 **'초능력으로 얻은 정보'**였다.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할 수 없는, 너무나 비과학적이고 황당한 '단서'들이었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정신병원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김도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걸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증명할 방법이 없어."

김도윤은 종이를 구겨버렸다. 분노가 치밀었다. 진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좌절시켰다. 그는 이 파편화된 진실을 어떻게든 '공식적인 증거'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범인은 또 다시 법망을 빠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의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그는 이 잔류 사념의 조각들을 맞춰야만 했다.

김도윤은 '잔류 사념'에서 얻은 파편적인 단서들을 바탕으로 공식 수사망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방식은 동료들 사이에서 **'뛰어난 직감'**으로 불렸다. 그는 미세한 증거의 조각들을 연결하여 아무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었다. 그의 지시 하나하나에는 범인에 대한 확신과 더할 나위 없는 정확성이 담겨 있었다.

“김영호 형사님, 혹시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가 있습니까? 아주 작거나, 흙에 파묻힌 것이라도 좋습니다. 특정 브랜드의 담배입니다. **‘블랙 스모크’**라는 상표명을 확인해 주십시오.”

김영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김도윤을 바라봤다. 보통 검사라면 범죄 유형이나 패턴부터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도윤은 너무나 구체적인 '쓰레기' 하나를 요구했다.

"담배꽁초라… 수색 과정에서 몇 개 발견되긴 했는데, 워낙 흔한 종류라 따로 증거물로 보존하진 않았습니다만… 블랙 스모크라면 흔한 종류인데요."

"그래도 다시 확인해 주십시오. 특이한 모양이나, 흙에 묻힌 깊이, 혹은 범인이 피웠던 흔적이 없는지 자세히 봐주십시오. 특히 필터 부분이 왼손으로 잡았던 것처럼 약간 비틀려 있을 수 있습니다."

김도윤의 끈질기고 섬세한 요청에 김영호는 결국 현장에서 수거된 수많은 잡동사니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흙에 깊이 박혀있던 작은 담배꽁초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은 김도윤이 사념에서 보았던 것과 동일한 브랜드의 담배였다. 게다가 필터 부분이 왼손으로 잡았던 것처럼 약간 비틀려 있었고, 흙에 깊이 박혀 있었다.

"세상에… 이런 걸 어떻게… 역시 김 검사님은 직감이 뛰어나십니다. 범인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대단하십니다!"

김영호는 감탄사를 뱉었다. 김도윤은 속으로 '직감'이 아니라고 중얼거렸다. 그것은 **'비명과 고통이 담긴 진실'**이었고, 자신의 정신을 갉아먹는 대가였다.

다음으로 그는 CCTV 분석에 매달렸다. 범인이 숲으로 접근했을 만한 인근 도로와 골목길의 모든 CCTV 영상을 며칠 밤낮으로 돌려봤다. 보통의 수사관들이 지나칠 만한, 흐릿하고 잡음 가득한 영상 속에서 그는 사념에서 본 '특징적인 습관'을 가진 남자를 찾았다. 그의 눈은 마치 고성능 스캐너처럼 미세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여기, 이 사람… 새벽 3시 17분. 이 남자의 왼손을 자세히 봐주십시오.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있습니다.”

김도윤은 영상 속 흐릿한 남자의 손가락을 확대했다. 남자는 걸으면서 무심코 손톱을 깨무는 습관을 보였다. 그리고 화면 속 남자의 왼손 약지에는 빛이 반사되어 번뜩이는 희미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의 잔류 사념에서 보았던 것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 남자의 동선을 추적했다. 남자는 인적이 드문 주택가로 향했고, 오래된 연립주택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건물 외부 CCTV에 찍힌 남자의 작업복 등판에는 희미하게 숫자 '27'이 새겨져 있었다.

수사팀은 김도윤의 '직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수사망이 좁혀졌고, 파편적인 단서들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하나의 인물을 지목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그를 '수사 귀신', **'천재 검사'**라고 칭송했다. 그의 별명은 빠르게 검찰청과 경찰청 내에 퍼져 나갔다.

하지만 김도윤은 웃을 수 없었다.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과 극심한 두통은 점점 더 심해졌고, 진통제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사라지고, 눈빛은 점점 더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는 자신이 '정상'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을까. 이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어갈까. 그의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질문이 맴돌았다. 모든 진실을 알면서도, 법의 한계에 부딪혀 고뇌하는 그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창밖으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은 그에게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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