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24화

by BlackBearLeo


2025년 10월 중순. 대한민국 용인시 기흥구의 한 오피스텔. 밤늦은 시간까지 꺼지지 않는 모니터 불빛 아래, 유하준은 마치 거미줄처럼 얽힌 디지털 세상의 가장 깊은 심연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김도윤의 비상식적인 요청, 즉 '최면, 정신 조작과 관련된 특정 분야 전문가 리스트, 그들의 과거 행적, 관련 학회나 단체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그의 천재적인 해킹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었다.

유하준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빠른 움직임 속에서 수십 개의 모니터 화면에는 셀 수 없는 코드와 데이터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는 단순한 웹 서핑을 넘어,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불가능한 영역들을 탐색했다. 전 세계적인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여 심리학, 뇌 과학, 신경과학 분야의 모든 연구 논문과 임상 사례를 샅샅이 뒤졌다. 특히 '최면', '정신 조작', '세뇌', '의식 조작'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비공개 연구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그의 눈은 빠르게 스크롤 되는 수많은 정보들을 정확하게 걸러내고 있었다.

"쳇… 생각보다 견고하군. 이런 정보들을 이렇게까지 숨겨놓다니. 분명히 뭔가 있어. 일반적인 연구자들이라면 이렇게까지 데이터를 은폐하지는 않을 텐데. 이건 거의 군사 기밀 수준이군."

유하준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는 심상치 않은 저항을 감지했다. 일반적인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달리, 특정 정보들은 겹겹의 방화벽과 암호화, 그리고 물리적인 네트워크 분리까지 적용되어 보호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정보들을 철저히 은폐하려 한 듯한 흔적이었다. 그의 해킹은 단순한 기술 싸움을 넘어,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의 두뇌 싸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만족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었다. 비공개 커뮤니티, 특히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학자들이 은밀하게 정보를 교환하는 다크 웹 포럼, 그리고 폐쇄적인 학술 단체의 비공개 서버까지 침투했다. 그곳에는 비윤리적인 심리 실험, 금지된 최면 기술, 그리고 인간의 정신을 조작하려는 위험한 연구에 대한 은밀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는 해킹으로 얻어낸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최첨단 인공지능 알고리즘까지 동원했다. 특정 키워드, 특정 인물의 이름, 그리고 불규칙한 접속 패턴, 심지어는 특정 IP 주소의 미묘한 변동까지 분석하며 단서를 좁혀나갔다. 그의 AI 프로그램은 수많은 정보의 파편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냈다.

며칠 밤낮을 새운 끝에, 유하준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특정 인물의 수상한 활동 기록을 찾아냈다. 그의 이름은 '차민준'. 과거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최면 치료사였지만, 수년 전 학계에서 비윤리적인 연구와 인체 실험 의혹으로 인해 영구 제명된 인물이었다. 그는 인간의 정신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고급 최면술'에 심취해 있었으며, 비밀리에 정신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인도적인 인체 실험을 자행했다는 소문이 학계에 파다했지만, 증거가 없어 흐지부지되었던 사건이었다.

유하준이 찾아낸 기록에 따르면, 차민준은 제명된 이후에도 은밀하게 활동하며 '인간 정신 지배'라는 극단적인 주제로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거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최면 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울 정신재활원의 폐쇄 직전에 차민준이 해당 병원을 수차례 방문했으며, 심지어 짧은 기간 동안 병원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은밀한 기록까지 찾아낸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은, 철저하게 은폐된 정보들이었다. 그의 발자취는 교묘하게 지워져 있었지만, 유하준의 디지털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 녀석… 바로 이 녀석이군. 김 검사님이 말했던 '최면'의 흔적. 그리고 정신병원의 비명… 모든 것이 연결되는군. 이건 단순한 최면술사가 아니야. 정신을 파괴하는 악마군.'

유하준은 확신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곧바로 차민준의 현재 위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모든 디지털 발자국을 뒤졌지만, 차민준은 놀랍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유하준의 레이더망은 이미 그의 그림자까지 포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차민준이 사용하는 모든 통신 기록과 금융 거래 기록, 그리고 과거의 생활 패턴까지 분석하며 그의 은신처를 좁혀나갔다.

유하준이 차민준의 정보를 찾아내는 동안, 김도윤은 그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는 날이 잦아졌다. 검찰청에서는 밤낮없이 들이닥치는 환각과 환청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하준은 김도윤이 밤마다 시달리는 악몽과 고통을 유일하게 목격하는 존재가 되었다.

깊은 밤, 김도윤은 침대에서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이마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났고, 온몸은 경련하는 듯했다.

"아니야! 저리 가! 죽어라… 죽어라… 멈춰… 멈춰…! 제발…!"

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는 꿈속에서 범인의 최면에 걸려 가장 깊은 절망과 싸우고 있는 듯했다. 그의 비명은 오피스텔의 적막을 깨트렸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옆에 앉아 물수건으로 그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는 김도윤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며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김도윤은 초인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그 대가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괴물을 쫓는 괴물이지만, 동시에 나약한 인간이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이 가진 능력의 무게를 비로소 실감했다. 그리고 그 능력이 김도윤을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 직접 목격했다.

"괜찮습니다, 김 검사님. 악몽입니다. 제가 옆에 있습니다. 그 악마가 당신의 정신까지 지배하려 들고 있군요. 하지만 당신은 강합니다. 저항할 수 있습니다."

유하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김도윤을 진정시켰다. 그의 목소리는 김도윤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그의 손길은 의외로 따뜻했다.

김도윤은 유하준이 자신의 비밀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돕는 유일한 존재임을 깨달으며, 그에게 더욱 깊은 신뢰와 의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하준은 그에게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그의 가장 어두운 면을 공유하는 유일한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오직 두 사람만이 아는 은밀한 세계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들의 유대는 피로 맺어진 형제와도 같았다.

"고맙습니다, 유하준 씨…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이 악마의 공격은… 상상 이상입니다. 제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김도윤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유하준에게 향한 깊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당신이 무너지면, 제가 잡아야 할 악마들을 놓치게 됩니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탄 겁니다, 김 검사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당신을 돕겠습니다. 당신은 오직 그 악마를 잡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 빌어먹을 시스템을 갈아엎어야죠."

유하준의 시니컬한 말투 속에는 김도윤을 향한 진심 어린 염려와, 그를 끝까지 돕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자를 넘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그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강재혁 경감은 김도윤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김도윤이 검찰청에 출근하는 대신 유하준의 오피스텔에 자주 머문다는 보고는 강재혁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는 김도윤과 유하준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들을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도윤의 동선과 유하준의 통신 기록을 면밀히 대조하며 그들의 은밀한 협력을 포착했다.

"김 검사, 요즘 안색이 더 안 좋아 보이던데… 유하준 씨와는 계속 연락하고 있나? 그 친구, 컴퓨터 실력은 좋더군. 하지만 검찰 수사에 비공식적으로 협력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게. 특히 그 친구가 어떤 방식의 '정보 수집'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서 말이지."

강재혁은 김도윤에게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의 눈빛은 김도윤이 유하준과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명확하게 암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도윤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그의 심장은 불안하게 뛰었다. 그의 동요는 강재혁에게 고스란히 읽혔다.

"괜찮습니다, 경감님. 유하준 씨는 단순한 조력자일 뿐입니다. 사건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도윤은 강재혁의 의심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 그는 강재혁에게 더 이상 자신의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미묘한 태도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유하준의 디지털 흔적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유하준이 '차민준'이라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차민준은 과거 학계에서 논란이 많았던 인물이었기에, 강재혁은 그와 김도윤, 유하준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의심을 품었다. 그는 차민준의 과거 기록과 한울 정신재활원의 폐쇄 배경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모든 연결고리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최면… 정신 조작… 그리고 차민준. 김도윤 검사는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지? 그리고 유하준은 어떤 정보들을 김도윤에게 넘겨주고 있는 걸까? 이들의 움직임은 점점 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고 있어. 이들이 정말 '비질란테' 조직을 만든 건가? 그렇다면 나는 이들을 막아야 하는 건가, 아니면… 이들의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가?'

강재혁의 고뇌는 깊어졌다. 그는 김도윤이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방식이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려했다. 그의 눈빛은 김도윤과 유하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그림자 조직'의 실체를 밝히려는 강렬한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추격망은 점점 더 좁혀지고 있었다.

폐쇄된 정신병원의 비명, 최면이라는 새로운 악의 형태, 그리고 김도윤의 한계. 이 모든 것들이 유하준이라는 천재 해커의 역량과 결합하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유하준이 찾아낸 **'차민준'**이라는 이름은 김도윤의 싸움에 새로운 목표가 되어주었다. 김도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정신을 잠식하는 악마와의 싸움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그의 옆에는 어둠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등불처럼 유하준이 서 있었다. 그들의 위험한 동맹은 이제 진짜 '괴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집요한 강재혁의 그림자가 바싹 따라붙고 있었다. 세 사람의 운명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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