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26화.

by BlackBearLeo

2025년 10월 하순.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 사무실. 강재혁 경감의 미간은 언제나처럼 깊게 찌푸려져 있었다. 한울 정신재활원 연쇄 살인 사건, 일명 '침묵의 증인' 사건은 그에게 끊임없이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었다. 특히 김도윤 검사의 수사 진행 방식은 그의 베테랑 형사로서의 직감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그는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으로 이 사건이 평범하지 않음을, 그리고 김도윤이라는 인물이 그 중심에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사건은 여전히 답보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밀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외상도, 독극물 반응도 없었다. 완벽한 밀실 살인이자, 아무런 물리적 흔적도 남기지 않는 범죄였다. CCTV에는 희미한 그림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강재혁은 매일 같이 쏟아지는 수사 보고서를 검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과학적인 수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일반적인 범죄 수사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도윤은 처음부터 '최면'이라는 특정 키워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당시 모든 수사관들에게 황당하게 들렸지만, 그는 마치 자신의 눈으로 범죄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이 나온 뒤부터 수사의 흐름이 묘하게,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유하준이라는 천재 해커가 김도윤과 접촉한 이후, 갑자기 '차민준'이라는 과거 최면술사 용의자의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모든 연결고리가 김도윤의 '직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강재혁을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다. 마치 김도윤이 이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혹은 누군가 그에게 비공식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흘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강재혁은 사건 초기부터 김도윤이 보인 비정상적인 직감과 수사 방식을 되짚어보았다. '블랙 스크린' 사건 때도 그랬다. 명확한 증거 없이 피해자의 물건에 손을 대더니 범인의 흔적을 '직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직감'은 항상 맞아떨어져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침묵의 증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처음 한울 정신재활원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보였던 기이한 반응, 그리고 '최면'이라는 단어에 대한 비정상적인 확신.



'최면이라니… 이 현대 과학 시대에 최면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주장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지? 그런데 김 검사는 너무나도 확신에 차 있어. 마치 자신의 눈으로 본 것처럼. 그리고 그에 맞춰 유하준이라는 친구가 기가 막히게 '차민준'이라는 인물의 수상한 활동 기록을 찾아냈지.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말도 안 돼. 김 검사에게는 비상식적인 정보원이나 혹은 그 자신에게 초월적인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강재혁은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섬뜩한 기시감을 느꼈다. 김도윤의 주장은 비현실적이었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기이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는 김도윤에게 비상식적인 정보원이나 혹은 그 자신에게 초월적인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능력이 단순한 '직감'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훨씬 더 깊고 어두운 무언가임을 짐작했다.



그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낡은 서류철을 꺼냈다. '블랙 스크린' 사건 당시의 수사 기록과 김도윤의 개인 기록이었다. 김도윤이 사건 현장에서 보였던 발작적인 반응, 그리고 그 이후의 피폐해진 모습까지. 강재혁은 김도윤이 잔류 사념을 감지할 때마다 나타났던 그의 신체적 고통을 떠올렸다. 코피, 식은땀, 극심한 피로, 그리고 눈에 띄는 창백한 얼굴과 흔들리는 눈동자. 그것은 단순한 과로로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도윤이 얻는 정보의 대가가 너무나도 명확하게 존재했다. 마치 그 정보가 그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것처럼 보였다.



강재혁은 김도윤이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법적 증거'로 만들어낼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최면 살인은 법정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김도윤은 과연 이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일까? 그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얽혔다. 그는 김도윤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과거 수사 기록과 '비질란테' 사건들을 다시 대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검찰청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김도윤이 담당했던 모든 미제 사건들과, 언론에 보도되었던 익명의 정의 구현 사건들을 분석했다. '블랙 스크린' 사건 역시 비질란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해결되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번 '침묵의 증인' 사건은 그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사건 기록 속에서 미묘한 유사점들을 발견했다.


첫째, 범인의 잔인한 범행 방식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거의 남지 않는 밀실형 범죄가 많았다. 마치 범인이 흔적을 지우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이 점은 '블랙 스크린' 사건과 '침묵의 증인' 사건 모두에서 두드러졌다.


둘째,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항상 비정상적인 '직감'이나 '익명의 제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 특히, 김도윤이 사건 현장을 방문한 이후부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직감'은 항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었다.


셋째, 사건 해결 과정에서 법의 테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비공식적인 정보 수집이나 증거 확보가 이루어졌다는 의혹. 유하준의 개입이 대표적이었다. 유하준은 공식적인 수사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도윤에게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절대 우연일 리 없어. 김도윤 검사는 비질란테이거나, 적어도 비질란테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 아니, 그 자신이 비질란테 조직의 핵심 인물일 가능성도 있어. 그가 그 힘을 가진 자인가? 아니면 그 힘을 통제하는 자인가?'


강재혁은 김도윤이 비질란테일 가능성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의 촉이 그에게 속삭였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자신이 추적하던 그림자 조직의 실체가 김도윤 검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율했다.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자신이 추적하던 정의의 사도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니.



그는 김도윤의 개인 정보와 가족 관계, 심지어 그의 어린 시절 기록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의 기원을 찾으려 애썼다. 혹시 그의 가족 중에 특이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과거 '잔류 사념'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었던 기록이 있었던가? 강재혁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며 김도윤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그는 과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채 묻혔던, 김도윤의 부모님과 관련된 의문의 교통사고 기록을 찾아냈다. 단순 사고로 종결되었지만, 강재혁의 촉은 그곳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강재혁은 자신의 수사팀에 극비리에 지시를 내렸다. 김도윤의 모든 동선을 파악하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유하준과의 접촉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감시를 주문했다. 그는 김도윤의 주변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법과 정의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김도윤은 강재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더욱 강하게 꽂히고 있음을 느꼈다. 강재혁의 질문과 날카로운 눈빛은 그가 자신의 비밀에 매우 근접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드러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강재혁의 집요함은 김도윤을 숨통을 조이는 듯 압박했다.



게다가 범인의 '정신적 함정'은 여전히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잠 못 이루는 밤, 낮에도 불쑥 찾아오는 환각과 환청은 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의 머릿속은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그는 유하준이라는 유일한 조력자에게 의지하며 버티고 있었지만, 자신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절감했다. 그의 육체는 이미 한계였다.



"유하준 씨, 강재혁 경감이 저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비질란테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 능력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것이 드러날 겁니다. 제가 붙잡히면… 이 사건은 영원히 미궁 속에 빠질 겁니다. 그리고… 저의 능력은…."


김도윤은 유하준에게 자신의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초조함과 함께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초래될 혼란을 걱정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빛은 차민준의 정보를 담은 모니터를 향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일입니다. 강재혁 경감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쪽을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김 검사님. 차민준… 이 녀석이 정말 문제입니다. 이 녀석은 당신의 능력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역이용하여 당신의 정신을 파괴하려 들고 있습니다. 당신의 정신 에너지가 고갈되면… 더 이상 당신은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그전에 반드시 이 녀석을 잡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 차민준의 은신처를 특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보안이 상상 이상입니다. 마치 사라진 유령처럼 흔적이 희미합니다."


유하준은 김도윤에게 계속해서 차민준 추적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강재혁의 추격보다 차민준이라는 악마의 존재가 훨씬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김도윤은 고뇌에 빠졌다.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도 위험했지만, 이대로 차민준을 놓치면 더 큰 비극이 발생할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잔류 사념'이라는 저주이자 능력으로, 이 악마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신이 붕괴될지라도, 정의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강재혁의 그림자는 김도윤과 유하준을 더욱 압박했다. 법의 칼날이 그들의 목을 겨누는 듯했다. '침묵의 증인' 사건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법과 정의의 경계,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거대한 싸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김도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정신을 잠식하는 악마와의 최후의 대결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강재혁의 촉은 그들을 향해 더욱 날카롭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과연 김도윤은 자신의 비밀을 지키면서 이 악마를 잡을 수 있을까? 강재혁은 과연 김도윤의 '능력'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세 사람의 운명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도윤의 정신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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