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27화.

by BlackBearLeo

2025년 10월 하순. 서울은 가을의 쌀쌀한 기운이 완연했다. 차갑게 식어가는 공기만큼이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한울 정신재활원 연쇄 살인 사건, 일명 '침묵의 증인'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었고, 그 중심에는 김도윤 검사와 그를 집요하게 주시하는 강재혁 경감이 있었다.



강재혁의 의심은 이제 확신으로 변해 있었다. 김도윤 검사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방식은 도저히 정상적인 수사관의 것이 아니었다. '최면'이라는 비현실적인 단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착, 그리고 유하준이라는 천재 해커와의 수상한 접촉. 모든 정황이 그를 **'비질란테'**의 그림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강재혁은 더 이상 간접적인 정보 수집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직접 김도윤의 숨통을 조여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의 오랜 수사 경험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강재혁은 젊은 시절, 이상주의적인 정의감에 불타올라 법의 맹점을 외면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 대가는 참혹한 실패로 돌아왔고, 그는 그때부터 오직 '법'만이 유일한 정의의 수단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정의'는 그 자체로 위험한 불씨였다.



강재혁은 김도윤을 비공식적인 감시 대상으로 설정하고 모든 것을 극비리에 진행했다. 강력계 내부의 극소수 신뢰할 만한 인원만을 동원해 김도윤의 동선을 파악하고, 그의 통화 내역, 심지어는 이메일 기록과 인터넷 접속 기록까지 주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법적인 절차를 우회하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강재혁은 이 상황이 이미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그는 김도윤이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능력'의 정체를 밝혀내야만 했다. 그 능력이 정의를 위한 것일지라도, 법의 통제를 벗어난 힘은 언제든 혼란과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었던 수많은 미제 사건들이 김도윤의 개입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김도윤의 흔적은 항상 희미했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해결된 사건이라는 결과만이 남았다.



어느 날 오후, 김도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사무실 문이 예고 없이 열렸다. 강재혁 경감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온화함 대신 날카로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김도윤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김도윤은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심장이 갑자기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강재혁의 발걸음은 느리고 단호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김도윤에게로 곧장 다가왔다. 사무실 안의 공기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김 검사,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나?"


강재혁의 목소리는 낮고 깔려 있었지만, 그 안에는 노골적인 압박이 담겨 있었다. 사무실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겁게 가라앉았다. 김도윤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심장은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그는 강재혁의 질문이 단순한 수사 진행 상황 파악이 아님을 직감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책상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는 김도윤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김도윤의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다. 그의 피부는 창백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강재혁은 김도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의 경험상, 인간의 육체는 비정상적인 힘을 감당할 수 없었고, 그에 따르는 대가는 항상 존재했다. 김도윤은 마치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울 정신재활원 사건 말일세. 피해자들이 '최면'에 의해 사망했다고… 자네가 처음부터 주장했지. 그런데 궁금하네. 어떻게 그런 단서를 발견했지? 현장에는 최면의 흔적은커녕, 어떤 물리적인 증거조차 없었네. 아무리 베테랑 형사라도,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은 할 수 없는 법. 그런데 자네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처음부터 '최면'을 외쳤어. 처음부터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강재혁은 노골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고, 질문의 끝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숨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김도윤의 비밀을 파고들려는 첫 번째 칼날이었다. 그는 김도윤의 반응을 면밀히 살폈다. 그의 눈은 김도윤의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김도윤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강재혁이 자신의 '직감'을 넘어선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침착하게 대응해야 했다.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은 곧 파멸을 의미했다. 그것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유하준, 그리고 그가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들을 위협할 수 있었다.


"경감님, 그것은… 저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직감입니다. 피해자들의 표정과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제가 수많은 범죄 현장에서 느껴왔던 미묘한 기운… 그것이 저에게 '최면'이라는 단서를 주었습니다. 모든 검사들이 각자의 수사 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저의 방식으로 진실에 다가가려 할 뿐입니다. 저의 직감은 항상 옳았고,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도윤은 애써 검사로서의 **'직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속으로는 강재혁의 다음 질문을 예측하려 필사적으로 애썼다. 그의 이마에는 미세한 땀방울이 맺혔고, 손은 무의식적으로 바싹 마른 입술을 쓸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대답에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직감이라… 하하. 자네의 직감은 매번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군. '블랙 스크린' 사건 때도 그랬지. 그렇게 명확한 증거 없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던 것도 자네의 '직감' 덕분이었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가? 자네의 '직감'은 항상 일반적인 수사의 상식을 뛰어넘더군. 나는 그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 자네가 제시하는 단서들은 항상 너무나도 결정적이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야."


강재혁의 시선은 김도윤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는 김도윤의 거짓말을 간파하려는 듯이 날카롭게 빛났다. 팽팽한 신경전이 김도윤의 사무실을 감쌌다. 공기 중에는 묵직한 압박감이 흘렀다. 김도윤의 몸은 경직되었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지는 듯했다.



김도윤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강재혁이 '블랙 스크린' 사건까지 언급하며 자신을 압박해올 줄은 몰랐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책상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범인의 최면적 사념으로 인한 환각과 강재혁의 날카로운 질문이 뒤섞여 아우성쳤다. 눈앞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는 듯했다.


"경감님, 과거 사건까지 들춰내며 저를 추궁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법과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단서를 활용하는 것이 검사의 의무 아닙니까? 혹시 제가 범인을 잡는 것이 불편하신 겁니까? 제가 잡은 범인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김도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섞여 있었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비밀을 방어하려 애썼다. 그의 검사로서의 활동과 비질란테 활동 사이의 줄타기가 더욱 아슬아슬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팽팽한 대결에서 한 걸음이라도 물러서면 모든 것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이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최선을 다한다라… 그 최선이라는 것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범죄일세, 김 검사. 자네가 만나는 그 유하준이라는 친구. 그 친구의 정보 수집 방식이 합법적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 않나. 자네가 얻는 정보가 어떤 경로로 오는지 나는 궁금하네. 혹시… 비공식적인, 아니, 불법적인 경로를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자네는 지금 위험한 선을 넘고 있어. 나는 법을 수호하는 자네가 위험한 존재와 손잡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자네의 행동은 이제 단순한 수사 협조가 아니야. 나는 자네가 이 사회에 혼란을 가져올까 두렵네. 자네의 그 '직감'이 언젠가 폭주할까 봐."


강재혁은 유하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김도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김도윤이 유하준이라는 '정보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김도윤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강재혁의 눈빛에는 확신과 함께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의 표정은 냉철했다.



김도윤은 순간적으로 강재혁의 시선을 피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유일한 조력자이자, 그의 비밀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가 위험해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유하준 씨는 단순한 조언자입니다. 그는 이 사건 해결에 필요한 기술적인 도움을 주고 있을 뿐입니다. 경감님의 의심은 지나치십니다. 그리고 저는… 법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김도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그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미세한 동요를 읽었다. 그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고 확신했다. 김도윤과 유하준, 그리고 그들의 비공식적인 협력 관계. 그것이 바로 '비질란테'의 핵심이었다. 그는 더 이상 김도윤을 추궁하지 않았다. 이미 답은 나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김도윤의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묵직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는 이제 김도윤의 '능력'의 실체를 밝히고,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거나, 아니면… 자신의 방식으로 그를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의 이름으로. 그는 김도윤이 가진 힘이 사회에 가져올 파장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었다.



사무실 문이 닫히자, 김도윤은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심장은 광란하듯 뛰고 있었다. 강재혁의 압박은 그 어떤 범인의 위협보다도 현실적이고 강력했다. 그의 비밀이 발각될 위기에 처했다. 김도윤은 자신의 능력이 드러나는 순간, 그가 지켜온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지만, 폐는 여전히 타는 듯 아팠다. 범인의 최면적 사념으로 인한 고통과 강재혁의 심리적 압박이 그를 동시에 짓누르고 있었다. 그의 시야는 흐려졌고, 환청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미쳐갈 것이다… 너는 내 손안에 있다….'



김도윤은 곧바로 유하준에게 연락을 취했다. "강재혁 경감이… 내 능력을 눈치챈 것 같습니다. 유하준 씨, 이제 더 이상 숨길 곳이 없습니다. 범인을 더 빨리 잡아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김도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유하준은 그의 목소리에서 김도윤이 느끼는 절망감을 고스란히 느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모니터 화면에 띄워져 있던 차민준의 은신처 추적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싸움은 이제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강재혁 경감의 집요한 추격은 이제 단순한 의심을 넘어, 김도윤의 모든 것을 파헤치려는 직접적인 압박으로 변모했다. 김도윤은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해야 했고, 이로 인해 그의 검사로서의 활동과 비질란테 활동 사이의 줄타기는 더욱 아슬아슬해졌다. '침묵의 증인' 사건은 이제 김도윤의 정체와 그의 능력의 실체를 둘러싼 거대한 신경전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그의 정신을 잠식하는 악마와, 그를 쫓는 집요한 경감 사이에서 김도윤은 과연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의 고독한 싸움은 이제 가장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강재혁의 시선은 마치 그림자처럼 김도윤의 뒤를 쫓고 있었고, 김도윤은 그 그림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서울의 차가운 가을바람은 그들의 운명을 더욱 휘몰아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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