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28화.

by BlackBearLeo



2025년 10월 하순. 서울의 밤은 차가운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김도윤의 오피스텔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그의 정신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강재혁 경감의 압박과 범인의 교활한 최면적 사념이 김도윤의 숨통을 동시에 조여 오고 있었다. 그의 육체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정신은 붕괴 직전이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피부는 종잇장처럼 창백했다. 잠조차 제대로 이룰 수 없었기에, 그의 몸은 모래성처럼 서서히 부서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이 악마를 잡지 못하면, 자신의 고통은 물론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는 강박이 그의 마지막 남은 이성을 지탱하고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상태를 지켜보며 밤낮없이 차민준의 은신처를 추적했다. 그의 모니터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지도, 그리고 차민준의 과거 기록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잠시도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의 손가락은 피곤함을 모르는 기계 같았다.


"김 검사님, 차민준 녀석이 최근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IP 주소 두 개를 특정했습니다. 하나는 서울 강남의 고급 오피스텔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 외곽의 폐교입니다. 동시에 두 곳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히 교란을 위한 겁니다. 그는 당신의 능력을 역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잔류 사념을 감지할 때마다, 그는 의도적으로 다른 장소에 또 다른 '가짜 사념'을 심고 있습니다. 단순한 해킹으로는 그의 패턴을 읽어내기 힘들었습니다. 마치 저의 분석을 비웃는 듯이 말이죠."


유하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함께 그의 천재적인 해킹 능력으로도 쉽지 않은 상대라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 그는 범인의 지능적인 교란에 혀를 내둘렀다.




김도윤은 유하준의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범인의 교활함에 치가 떨렸다. 하지만 동시에 섬광처럼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범인이 '가짜 사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면, 그 가짜 사념 속에도 범인의 심리가 녹아 있을 터였다. 거짓 속에 진실이 숨어 있었다. 악마는 아무리 가면을 써도 본질을 숨길 수 없는 법.


"유하준 씨… 범인이 남긴 모든 '최면적 사념'의 패턴을 분석해 주십시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려 하지 말고, 모든 사념 속에 담긴 범인의 심리를 읽어내야 합니다. 범인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겁니다. 거짓 속에서도 그의 본능적인 흔적은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그는 분명히 가장 집착하는 곳에 자신의 무의식적인 흔적을 남겼을 겁니다."


김도윤은 희미하게 빛나는 눈으로 유하준을 응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고통 속에서도 솟아나는 날카로운 직감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그의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예민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의 정신이 붕괴될수록, 감각은 더욱 날카로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범인의 교란 전술을 역이용하려는 김도윤의 비상한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는 곧바로 김도윤의 지시에 따라 범인이 남긴 모든 최면적 사념의 패턴과 심리적 특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가짜 사념 속에서 범인의 무의식적인 특징, 즉 특정 단어나 이미지의 반복, 특정 감정의 흔적 등을 찾아냈다. 그의 알고리즘은 범인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미로' 속에서 단 하나의 '출구'를 찾아내려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유하준은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 범인이 남긴 가짜 사념들 속에는 항상 **'미로', '거울', '갇힌 공간', '탈출 불가능'**이라는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또한, 특정 인물에 대한 깊은 **'증오'와 '복수심', '버려짐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희미하게나마 감지되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모든 사념의 미세한 심리적 흐름이 결국 '한울 정신재활원'의 가장 깊숙한 곳, 즉 과거 차민준이 불법



적인 실험을 자행했던 지하 공간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범인은 자신을 추적하는 김도윤을 끊임없이 미로 속으로 유인하려 했지만, 그 미로의 시작과 끝은 결국 자신이 가장 강하게 집착하는 '한울 정신재활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가장 깊은 증오와 과거의 상처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




"찾았습니다, 김 검사님! 범인의 진짜 은신처는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도, 경기도 외곽의 폐교도 아닙니다. 그곳들은 당신을 교란하기 위한 가짜 흔적일 뿐입니다. 범인의 심리는 여전히 한울 정신재활원, 그 폐쇄된 지하 공간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의 모든 사념은 그곳에서 시작되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패턴을 보입니다! 이 녀석… 자신의 가장 깊은 증오와 과거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 당신을 그 왕국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유하준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함께 확신이 가득했다. 김도윤의 통찰력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김도윤은 유하준의 말을 듣고 즉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고통으로 흐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강한 결의가 비쳤다.


"그곳이군… 그곳이 녀석의 진짜 미로이자, 종착지였어. 경감님에게는 알리지 마십시오. 이대로 가면… 우리가 직접 잡아야 합니다. 법적인 절차를 밟는 동안, 녀석은 또다시 사라지거나, 자신을 지우려 할 겁니다. 제가 이 고통을 감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직접 끝내야 합니다."


김도윤은 유하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강재혁 경감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모든 것이 복잡해질 터였다. 법적인 절차를 밟는 동안 범인은 또다시 사라질 것이고, 김도윤의 능력은 만천하에 드러날 위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싸움을 끝내야 했다. 그의 이마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났다.




그날 밤, 김도윤은 유하준과 함께 한울 정신재활원 지하로 향했다. 폐쇄된 병원 특유의 곰팡이 냄새와 섬뜩한 냉기가 그들을 맞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마치 지옥으로 향하는 길처럼 느껴졌다. 낡은 난간은 부식되어 있었고, 계단 곳곳은 부서져 있었다. 김도윤은 온몸을 조여 오는 고통을 참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범인이 만든 환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이 모든 악몽을 끝내는 것.




지하의 가장 깊숙한 곳, 과거 차민준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낡은 실험실에서 김도윤은 마침내 범인의 강력한 잔류 사념을 감지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악몽처럼 김도윤의 정신을 휘감았다. 그의 시야는 온통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귀에서는 수십 명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동시에 들려오는 듯했다.


'왔군… 나의 미로에 온 것을 환영한다, 김도윤 검사. 너의 능력은 곧 너를 파괴할 것이다. 너 역시 나와 같은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 너는 결국 나의 일부가 될 것이다!'


환청이 그의 뇌리를 때렸고, 김도윤의 눈앞에는 차민준의 잔상이 끔찍한 형상으로 나타나 그를 비웃는 듯했다. 그의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듯, 온갖 공포스러운 이미지들이 그의 뇌를 유린했다.




김도윤은 자신의 초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고,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극심한 두통이 그의 머리를 깨뜨릴 듯 밀려왔다. 그는 눈을 감고 범인의 정신에 깊이 파고들었다. 범인이 의도적으로 남긴 가짜 사념의 겹겹이 쌓인 미로를 뚫고, 그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려 애썼다. 그의 정신은 불타는 듯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범인은 김도윤의 침입을 감지하고 자신의 최면 능력을 사용해 증거를 조작하고 도망치려 했다. 낡은 실험실의 문이 갑자기 사라지는 환각을 만들어내고, 바닥이 꺼지는 듯한 착시를 유도했다. 주변의 사물들이 기괴하게 변형되어 김도윤의 시야를 가렸다. 벽은 피로 물들고, 천장에서는 시체가 매달린 듯한 환각이



나타났다. 범인은 자신의 최면으로 김도윤의 감각을 완전히 교란하려 들었다. 그의 목적은 김도윤을 미치게 만들어 그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도윤은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는 자신의 정신을 갉아먹는 고통을 역이용했다. 고통은 그를 마비시키는 동시에, 범인의 최면적 사념 속으로 더 깊이 침투하게 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그는 자신의 초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범인의 정신을 꿰뚫었다. '내가 느끼는 이 고통… 이것이 바로 네가 만들어낸 환각의 뿌리다! 너의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나 역시 뛰어들겠다!' 그의 정신력은 마치 맹렬한 불꽃처럼 타올랐다.




환각의 미로 속에서 김도윤은 자신의 모든 정신력을 집중하여 범인의 무의식을 파헤쳤다. 그의 잔류 사념 능력은 이제 범인의 정신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그가 가장 숨기고 싶어 했던 기억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숨겨진 범행 도구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차민준이 최면을 걸 때 사용했던 특정 주파수를 발생시키는 작은 휴대용 기기와, 그의 연구 노트였다. 연구 노트에는 '인간 정신 지배'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한울 정신재활원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인도적인 실험 기록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의 모든 최면적 사념의 근원, 즉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잔류 사념'의 원본이 그 기기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잡았다… 차민준!"


김도윤은 힘겹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지만, 그 안에는 승리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외침을 듣고 미리 준비했던 마취총을 꺼내 들었다. 김도윤의 시선을 따라 차민준의 그림자를 발견한 유하준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마취총의 침이 차민준의 목에 정확히 박혔다.




최면술사 차민준은 마취총을 맞고 쓰러지면서도 마지막 발악을 했다. 그의 정신에서 강력한 최면적 사념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차민준의 모든 광기가 응축된 듯한, 극도로 혼란스럽고 파괴적인 사념이었다. 김도윤은 그 사념을 정통으로 맞고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 그의 뇌는 타들어가는 듯했고, 눈앞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으며, 그의 정신은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그는 환각 속에서 수많은 시체들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을 보았다.




"커헉…!"


김도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질 뻔했지만, 간신히 손을 뻗어 유하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몸은 경련했고, 코와 입에서는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그의 초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다. 정신적인 부작용은 최고조에 달했고, 그는 자신의 이성이 완전히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시야는 검붉게 물들었고,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는 듯했다.




유하준은 쓰러지는 김도윤을 부축하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김도윤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이 위험한 한계에 도달했음을 직감했다. 그는 재빨리 차민준의 범행 도구와 연구 노트를 회수하고, 김도윤을 부축하여 폐쇄된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차가운 밤공기가 김도윤의 뺨을 스쳤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밤하늘 아래, 김도윤은 유하준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걸었다. 그의 의식은 희미해지고 있었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뿌듯함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



다. 마침내, 이 모든 악몽을 끝낼 수 있었다는 안도감. 차민준은 검거되었고, 그의 범행 도구와 결정적인 증거도 확보되었다. '침묵의 증인' 사건은 이제 진실의 빛을 보게 될 터였다.




그러나 김도윤의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의 능력이 극한에 달하면서, 그의 정신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었다. 범인은 잡았지만, 김도윤은 과연 자신의 정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강재혁 경감의 집요한 추적은 이제 김도윤의 비밀을 향해 더욱 좁혀올 터였다. 김도윤의 고독한 싸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의 능력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그는 이 힘을 가지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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