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30화.

by BlackBearLeo

2025년 11월 초. 서울의 밤은 차가웠고, 김도윤의 오피스텔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그의 마음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강재혁 경감의 경고, 법정의 무력함, 그리고 피해자들의 절규. 이 모든 것이 김도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범인의 잔류 사념과 피해자들의 한이 뒤섞여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법의 굴레 안에서 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의 손에 들린 차가운 칼날이 그의 결심을 대변하고 있었다.




"유하준 씨, 차민준의 정확한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움직이는 동안, 강재혁 경감의 시선을 최대한 돌려주십시오. 이번 일은… 저 혼자서 끝내야 합니다.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김도윤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흔들림 없이 차갑게 빛났다. 그의 정신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지만, 그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마지막 심판을 실행할 각오를 다졌다. 그의 온몸에서 섬뜩할 만큼 비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결심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김도윤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가 짊어진 고통과 책임감 또한 이해했다. 그는 김도윤의 눈에서 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절망과 비장함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김 검사님. 하지만… 부디 무리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정신은 이미 위험한 상태입니다. 더 이상 당신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올 길을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유하준은 깊은 한숨을 쉬며 차민준이 수감된 구치소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그는 김도윤의 뒤를 묵묵히 지키는 그림자 조력자로서,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번개처럼 움직였다. 구치소의 모든 감시 카메라와 센서가 일시적으로 오작동하기 시작했다.




자정 무렵, 김도윤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서울 외곽의 한 구치소로 향했다. 차민준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일반 병동, 그것도 비교적 보안이 허술한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김도윤은 유하준이 미리 열어둔 보안 시스템을 통해 감쪽같이 구치소 내부로 침투했다. 그의 발걸음은 소리 없이 복도를 스쳤고, 그의 그림자는 어둠 속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공기 중에는 소독약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습기가 맴돌았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지만, 그의 정신은 오직 차민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환각이 그의 시야를 어지럽혔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차민준이 수감된 병실 문을 열자, 희미한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잠든 차민준의 얼굴을 비췄다. 평화로워 보이는 그의 얼굴은 지난 법정에서의 교활한 변론과 겹쳐져 더욱 역겹게 느껴졌다. 김도윤은 차민준의 침대 옆에 다가섰다. 그의 눈은 차민준의 얼굴을 꿰뚫어 보려는 듯 날카롭게 빛났다. 김도윤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차민준의 정신에 깊이 파고들었다.




'나는 무죄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병자일 뿐이다… 이 어리석은 인간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너희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존재다… 감히 나를 심판하려 들다니… 너희 법은 나를 잡을 수 없어….'


잠든 차민준의 정신 속에서 교활하고 오만한 최면적 사념이 다시금 김도윤을 맞았다. 녀석은 잠자는 동안에도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 사념은 마치 끈적이는 거미줄처럼 김도윤의 정신을 휘감으려 했다. 하지만 김도윤은 그 거짓된 사념의 껍질을 찢고, 차민준의 가장 깊은 무의식 속으로 침투했다. 그곳에



는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잔혹한 기억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인간을 가지고 놀았던 광기, 그리고 법망을 피해 갔던 과거의 오만함과 무수히 많은 희생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도윤의 뇌리에 차민준이 자행했던 모든 악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빛을 빼앗고, 행복했던 가정을 파괴했던 그의 잔혹함.




'심판해달라… 이 악마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우리는 억울하다… 법은 우리를 버렸다… 당신만이 희망이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잔류 사념이 김도윤의 뇌리를 강렬하게 맴돌았다. 그들의 고통과 절규는 차민준의 죄악과 뒤섞여 김도윤의 정신을 잠식하려 들었다. 김도윤은 자신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차민준의 죄악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의 뇌는 마치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처럼 강렬한 통증에 휩싸였다. 핏줄이 그의 관자놀이에 선명하게 돋아났고, 눈은 핏발이 서서 충혈되었다. 시야는 완전히 흐려져 차민준의 형체가 붉은색 잔상으로만 보였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리는 듯한 일시적 기억 상실 증세가 찾아왔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이 고통이 바로 그가 짊어져야 할 '심판의 대가'였다. 이 고통을 통해 그는 피해자들의 한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김도윤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차가운 칼날을 들어 올렸다. 칼날에 희미한 달빛이 반사되어 섬뜩하게 빛났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그는 차민준의 심장을 향해 칼날을 내리꽂았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며.




'크아악…!'


차민준의 정신 속에서 마지막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그의 최면적 사념이 완전히 소멸되는 순간의 절규였다. 그의 육체는 미세하게 경련했고, 이내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김도윤은 칼날을 뽑아내고 차민준의 숨이 완전히 끊어졌는지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그의 손에 들린 칼날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차가운 바닥을 적셨다.




'처단'이 실행되는 순간, 김도윤의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의 뇌는 마치 폭발하듯 강렬한 통증에 휩싸였다. 신경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다. 시야는 완전히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리는 듯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증세가 나타나 자신이 누구인지,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입에서 뜨거운 피가 울컥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피는 그의 입술을 타고 흘러내려 차가운 바닥에 붉은 흔적을 남겼다. 그의 폐는 타는 듯이 아팠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커헉…!"


김도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몸은 경련했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자신의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느꼈다. 어둠이 그의 시야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의식의 끈이 위태롭게 이어져 있었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다시 열리고 유하준이 황급히 들어섰다. 그는 김도윤이 쓰러져 피를 토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김 검사님! 정신 차리세요!"


유하준은 김도윤을 부축하려 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축 늘어져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재빨리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는 김도윤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그의 맥박을 확인했다. 김



도윤의 숨은 가늘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유하준은 김도윤을 부축하여 구치소를 빠져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함께 비장함이 맴돌았다. 그는 김도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 모든 것을 수습해야 했다. 김도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유하준은 차민준의 죽음 현장을 교묘하게 조작했다. 마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이도록.




다음 날 아침, 최면술사 차민준의 의문의 죽음은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구치소 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언론은 앞다투어 보도했고, 대중은 경악했다. 그러나 곧이어 '비질란테'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차민준이 법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풀려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국 정의는 살아있었다! 법이 심판하지 못하는 악마를 비질란테가 처단했다! 이게 진정한 정의 아니냐?"


"사이다! 저런 악마는 법으로도 못 잡는다고 생각했는데, 비질란테가 속 시원하게 해결해줬네! 법치주의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강력한 정의가 필요하다!"


대중은 법의 한계에 대한 불신과 함께 '비질란테'의 정의 구현에 환호했다. 인터넷 게시판과 SNS는 '비질란테'를 찬양하는 글로 도배되었고, 그를 '현대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법이 외면한 정의를 실현해 준 존재에 대한 갈증이 폭발한 것이었다. 특히 법정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터라, 비질란테의 등장은 마치 가뭄에 단비 같았다.




그러나 동시에, '비질란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비질란테가 너무 위험해지고 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제재는 결국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법이 무시당하면 사회 질서는 누가 지키는가?"


"아무리 악인이라도,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비질란테는 대체 누구이며, 누가 그에게 심판할 권리를 주었는가? 오늘 악인을 처단했지만, 내일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비질란테'가 법의 영역을 침범하여 직접 심판을 내리는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었다. 대중은 정의 구현이라며 환호했지만, 동시에 '비질란테'가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존재가 사회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 무법천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었다. 언론 역시 이 양극단의 의견을 끊임없이 보도하며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켰다.




강재혁 경감은 차민준의 죽음 소식을 듣고 싸늘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김도윤이 결국 선을 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단순한 직감이 아닌, 위험한 힘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힘이 이제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는 신문 기사 속에서 '영웅'이라 불리는 '비질란테'라는 이름이, 언젠가는 '괴물'로 변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김도윤… 자네는 결국 괴물이 되었군. 법의 이름으로… 이제 자네를 막을 수밖에 없겠네."


강재혁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이제 '비질란테'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그의 신념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책상 위에는 김도윤의 사진이 놓여 있었고, 그의 눈은 사진 속 김도윤의 눈빛과 강렬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김도윤은 유하준의 보살핌 속에서 의식을 잃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그의 정신은 깊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정의를 실현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



다. 과연 그는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 다시 빛을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비질란테'의 그림자는 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그의 고독한 싸움은 이제 더욱 깊은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세상은 그를 영웅이라 부르거나, 혹은 악마라 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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