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39화

by BlackBearLeo


지하 은신처는 유하준에게 거대한 전쟁의 지휘 본부나 다름없었다. 어둠 속에서 오직 컴퓨터 화면만이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키보드와 마우스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김도윤은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능력의 변이로 인한 고통과 싸우며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그의 눈은 유하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유일한 희망이자, 이 위험천만한 정보전의 선봉장이었다.

“형, 강재혁 경감의 함정 수사 계획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해야 해요. 박진태의 호송 경로, 경찰 병력 배치, 그리고 혹시 모를 비상 계획까지요. 모방범은 분명히 이 기회를 노릴 거예요. 그리고… 우리도 그 기회를 잡아야 하구요.”

유하준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지만, 그 속에는 강렬한 집중력이 담겨 있었다. 그는 수십 개의 가상 서버를 오가며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동시에 경찰청 내부망과 언론사,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광범위하게 해킹하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강재혁의 다음 수를 예측하고, 모방범의 움직임을 한발 앞서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장 먼저 경찰청 내부 통신망에 침투했다. 강재혁 경감의 비질란테 전담팀이 주고받는 모든 통신 기록을 암호 해독하고, 실시간으로 감청했다. 박진태 호송 작전의 세부 계획, 잠복조의 위치, 비상 연락망, 그리고 각 팀원들의 임무까지. 유하준은 마치 전쟁터의 지휘관처럼 모든 정보를 손바닥 안에 쥐고 있었다. 그는 경찰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들의 허점을 찾아내 김도윤이 안전하게 모방범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했다.

“경찰은 박진태 호송 차량에 특수 기동대와 저격수까지 배치했네요. 호송 경로 주변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완벽하게 위장하고 있어요. 모방범이 나타나면 즉시 제압할 계획인 것 같아요.”

유하준은 김도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브리핑했다. 그의 손은 멈추지 않고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다. 그는 경찰의 무전 주파수를 해킹하여 실시간으로 그들의 대화를 들었고, CCTV 시스템에 침투하여 호송 경로 주변의 모든 시야를 확보했다. 그의 해킹 실력은 이미 국가 정보기관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거대한 정보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모방범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유하준은 그의 온라인 활동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영호 사건 이후, 비질란테를 칭송하거나 비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들을 분석했다. 특히 이영호의 범죄에 대한 극도의 증오와 함께, 그를 처단한 행위에 대한 맹목적인 찬사를 보내는 글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형, 모방범은 분명히 온라인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있을 거예요. 그는 대중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정의’가 옳았음을 확인하려 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 대상을 물색할 수도 있구요.”

유하준은 수많은 게시글과 댓글 속에서 모방범의 필체나 어투와 유사한 패턴을 가진 계정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계정들의 활동 기록을 역추적했다. 그들의 접속 IP 주소, 사용 기기, 접속 시간대, 그리고 다른 온라인 활동 내역까지. 그는 디지털 세상의 모든 흔적을 뒤져 모방범의 실체를 파헤치려 애썼다. 이는 마치 디지털 세상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작업이었지만, 유하준은 지치지 않았다.

“수상한 거래 기록도 찾아봐야 해요. 모방범이 이정훈 교도관이라면, 그의 재정 상태나 최근 거액의 현금 인출 기록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어요. 혹은… 범행에 사용될 도구를 구입한 흔적이라든지.”

유하준은 이정훈 교도관의 개인 금융 정보와 카드 사용 내역, 그리고 온라인 구매 기록까지 해킹하여 분석했다. 그의 계좌에서 최근 비정상적인 현금 인출 기록이 발견되었다. 또한, 익명으로 특정 장비들을 구매한 흔적도 있었다. 이는 모방범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형, 이정훈의 계좌에서 최근 거액의 현금이 인출된 기록이 있어요. 그리고… 익명으로 특정 장비들을 구매한 흔적도 있구요. 아마 범행에 사용될 도구들이겠죠. 그는 지금 시골 마을에 은둔하고 있지만, 그의 온라인 활동과 금융 거래 내역을 보면… 그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박진태의 가석방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계정 중 하나가 이정훈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입니다.”

유하준은 모방범의 온라인 활동 패턴과 금융 거래 기록을 통해 그의 심리 상태까지 분석하려 했다. 그는 모방범이 단순히 비질란테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뒤틀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면서도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광기를 품고 있었다.

김도윤은 유하준의 옆에서 그의 작업을 지켜봤다. 자신의 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능력의 변이로 인한 통증은 간헐적으로 찾아왔다. 눈앞의 세상이 뒤틀려 보이는 환각은 그를 괴롭혔지만, 유하준의 존재는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유하준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김도윤의 정신적인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준아… 너까지 위험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김도윤의 목소리에는 깊은 자책감이 묻어났다. 그는 유하준이 자신 때문에 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위험한 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린 동생에게 이런 짐을 지우는 것이 미안했다.

유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아니에요, 형. 저는 형의 유일한 파트너잖아요. 형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아요. 형은 지금… 너무 아프고, 또… 그 모방범의 사념 때문에 능력이 변이되고 있잖아요. 제가 형을 돕지 않으면 누가 돕겠어요?”

유하준의 목소리에는 깊은 유대감과 함께, 김도윤을 향한 강렬한 보호 본능이 담겨 있었다. 그는 김도윤이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자,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이 되어준 존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도윤을 지키는 것은 이제 유하준의 삶의 목적이 되었다. 그는 더 이상 평범한 삶을 꿈꾸지 않았다. 김도윤의 그림자로서, 그를 지키는 방패가 되는 것이 그의 새로운 운명이었다.

“형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거예요. 형은… 형은 혼자가 아니에요.”

유하준은 김도윤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작고 여렸지만, 그 안에는 형을 향한 강철 같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김도윤은 유하준의 진심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유하준의 존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유하준은 경찰의 함정 수사 계획을 바탕으로 모방범의 예상 침투 지점을 분석했다. 모방범이 이정훈 교도관이라면, 그는 구치소 내부 사정에 밝고, 경찰의 수사 방식에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을 터였다. 그는 경찰의 허점을 노려 박진태에게 접근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형, 경찰은 호송 경로의 특정 지점에서 모방범이 나타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방범은 경찰의 예상과 달리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는 아마… 경찰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곳, 혹은 경찰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접근할 거예요.”

유하준은 호송 경로 주변의 모든 건물 도면과 지하 통로, 그리고 하수구까지 분석했다. 그는 모방범이 경찰의 눈을 피해 침투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몇 군데를 추려냈다.

“이정훈은 교도관 출신이니, 아마 물리적인 제압 능력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동을 비질란테의 ‘정의’라고 믿고 있으니, 박진태를 처단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겁니다.”

김도윤은 유하준의 분석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모방범의 뒤틀린 사념이 자신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그의 능력은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이정훈을 막아야 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손으로.

“하준아, 내가 그를 직접 만나야 해. 그의 사념을 읽어내서, 왜곡된 정의의 근원을 찾아내야 해. 그리고… 그를 멈춰 세워야 해.”

김도윤은 유하준이 건넨 특수 헤드셋과 신경 안정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헤드셋은 잔류 사념을 읽어낼 때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뇌파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신경 안정제는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능력의 변이까지 막아줄지는 미지수였다.

다음 날 아침, 도시 전체가 박진태의 가석방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언론은 연일 박진태의 악행을 보도하며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질란테를 칭송하며 박진태를 처단해달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강재혁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여론의 불길은 활활 타올랐고, 모방범은 이 불길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오전 10시, 박진태를 태운 호송 차량이 경찰 병력의 삼엄한 경호 아래 교도소를 나섰다. 위장 호송이었지만, 언론과 시민들의 시선은 온통 그곳에 집중되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뜨렸고, 시민들은 분노에 찬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의 함성 속에는 정의에 대한 갈망과 함께, 폭력에 대한 은밀한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호송 차량은 강재혁이 예측한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되었고, 골목마다 특수 기동대원들이 잠복해 있었다. 강재혁은 지휘 차량 안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호송 차량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주변의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모방범… 네가 움직인다면,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리고 김도윤… 너도 움직이겠지. 나는 너희 둘 다 잡을 것이다.’

강재혁은 김도윤이 이 함정 수사를 역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도윤의 움직임까지 예측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 작전은 모방범을 잡는 동시에, 비질란테의 실체를 완전히 드러내는 기회가 될 것이었다.

한편, 김도윤은 유하준이 건넨 헤드셋을 착용하고 호송 경로 주변의 한 건물 옥상에 잠복해 있었다. 그의 눈은 호송 차량을 쫓는 동시에, 주변의 미세한 사념의 파동을 감지하려 애썼다. 그의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정신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의 손에는 신경 안정제가 든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이정훈… 네가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낼 거야. 그리고 네 왜곡된 정의를 멈춰 세울 거야.’

김도윤은 모방범의 잔류 사념에서 느껴진 뒤틀린 증오와 쾌락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일어난 변이. 그는 이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자신의 손으로 시작된 혼란을, 자신의 손으로 멈춰 세워야 했다.

시간이 흘렀다. 호송 차량이 예상 경로의 절반을 지났을 때였다.

김도윤의 귀에 희미한 사념의 파동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강렬한 분노와 함께, 섬뜩한 쾌락이 뒤섞인 파동이었다. 모방범의 사념이었다. 그 파동은 마치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뜨겁고, 동시에 차가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움직였다…!’

김도윤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는 유하준이 건넨 약을 주사하고, 헤드셋의 기능을 최대로 올렸다. 그의 눈앞의 세상이 잠시 뒤틀리는 듯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는 사념의 파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강재혁의 함정 수사 속에서, 김도윤은 모방범을 향한 자신의 추격을 시작했다. 이 도시의 어둠 속에서, 두 명의 비질란테,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정의와 왜곡된 정의, 그리고 법의 경계가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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