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뜨거웠다. 박진태를 태운 호송 차량이 경찰의 삼엄한 경호 아래 복잡한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강재혁 경감은 지휘 차량에서 실시간 상황을 주시했고, 그의 팀원들은 각자의 잠복 지점에서 눈을 빛내며 모방범의 등장을 기다렸다. 모두의 시선은 호송 차량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진짜 대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김도윤은 유하준이 알려준 예상 침투 경로 중 한 곳, 낡은 건물 옥상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의 귀에는 유하준이 개발한 헤드셋을 통해 희미한 사념의 파동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섬뜩한 쾌락과 뒤틀린 만족감이 뒤섞인 파동이었다. 모방범, 이정훈의 사념이었다. 강재혁의 함정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이정훈…!’
김도윤은 신경 안정제를 주사하고, 헤드셋의 기능을 최대로 올렸다. 눈앞의 세상이 잠시 뒤틀리는 듯한 환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모방범의 사념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김도윤은 사념의 파동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움직이며 경찰의 시선을 피해 모방범을 추적했다.
모방범은 예상대로 경찰의 주력 병력이 배치된 주요 경로가 아닌, 복잡하고 낡은 뒷골목과 건물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고, 좁은 통로를 지나며 박진태의 호송 차량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에는 일반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날렵함과 함께, 오랫동안 단련된 듯한 능숙함이 느껴졌다.
김도윤은 모방범의 뒤를 바싹 쫓았다.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다. 육체적인 피로와 능력의 변이로 인한 고통이 그를 짓눌렀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모방범의 뒤틀린 사념이 그의 능력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고, 자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왜곡된 폭력을 멈춰 세워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를 움직였다.
마침내, 모방범이 박진태의 호송 차량이 지나가는 주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낡은 창고 건물 옥상에 멈춰 섰다. 그는 망원경을 꺼내 호송 차량을 응시했다. 그의 손에는 낡은 문양이 새겨진 라이터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는 김도윤이 잔류 사념을 통해 확인했던 칼날 모양의 문신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정훈, 그가 확실했다.
김도윤은 숨을 고르고, 이정훈의 등 뒤로 조용히 다가섰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그림자처럼 접근했다. 이정훈은 자신의 등 뒤에 김도윤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는 오직 눈앞의 박진태 호송 차량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멈춰요.”
김도윤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한 정적을 갈랐다. 이정훈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타난 김도윤의 모습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함께, 어린아이 같은 광적인 동경이 뒤섞여 있었다.
“비… 비질란테…!”
이정훈의 목소리에는 전율이 섞여 있었다. 그는 김도윤의 존재 자체에 깊은 경외심을 느끼는 듯했다. 그의 눈은 마치 우상을 바라보는 광신도의 눈빛과 같았다.
김도윤은 이정훈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의 정신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이정훈의 잔류 사념은 김도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뒤틀려 있었다.
이정훈은 평범한 교도관이었다. 아내를 잃고 홀로 아들을 키우던 가장. 그의 아들은 이영호가 저지른 성범죄의 간접적인 피해자였다. 직접적인 피해는 아니었지만, 이영호로 인해 학교 전체가 혼란에 빠졌고, 이정훈의 아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와 함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법은 이영호를 제대로 심판하지 않았다. 이정훈은 법의 무력함에 절망했고, 정의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도윤의 '비질란테' 활동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법이 처벌하지 못한 악인들이 차례로 단죄되는 소식에 이정훈은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비질란테를 '진정한 정의의 심판자'로 맹목적으로 추종하기 시작했다. 비질란테는 그에게 희망이자,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바로잡아 줄 구원자였다.
김도윤이 차민준을 처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정훈은 경악했지만, 동시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구치소 내에서 악인을 단죄하는 비질란테의 능력은 이정훈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김도윤이 부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이정훈의 내면에서 뒤틀린 충동이 솟아올랐다.
‘진정한 비질란테께서 잠시 쓰러지셨다. 내가… 내가 그분의 뜻을 이어받아… 그분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
이정훈은 자신이 비질란테의 '진정한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의 왜곡된 정신 속에서, 비질란테는 단순한 영웅이 아닌, '악인을 고통스럽게 단죄하는 것' 그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존재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의 정의는 복수심과 분노, 그리고 폭력적인 쾌감이 뒤섞인 광신적인 형태로 변모했다. 그는 자신의 아픔과 세상을 향한 분노를 비질란테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비질란테님…! 영광입니다… 저의 심판을 직접 봐주시겠습니까? 저 박진태… 이 벌레 같은 놈도 법망을 피해간 악마입니다! 제가… 제가 비질란테님의 뜻을 받들어… 그를 심판하겠습니다!”
이정훈은 김도윤 앞에서 마치 춤을 추듯이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눈은 광기로 번뜩였다. 그는 김도윤을 자신의 존재를 인정한 '스승'이자 '우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김도윤의 모든 행동을 따라 하고, 그의 메시지를 모방하며, 심지어 그의 능력까지 흉내 내려고 애썼다.
김도윤은 이정훈의 뒤틀린 사념 속에서 섬뜩한 광기를 느꼈다. 그의 정의는 이미 정상의 범주를 넘어선 병적인 것이었다. 그는 이정훈을 멈춰 세워야만 했다.
“당신은 나를 모방했지만, 당신의 정의는 왜곡되었어. 당신은 내가 아니야. 당신은 폭력에 쾌락을 느끼는 광신도에 불과해. 멈춰!”
김도윤은 정신적인 힘을 집중하여 이정훈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그의 사념에 강력한 파동을 보내 그의 행동을 멈추려 했다. 김도윤의 능력은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정신과 기억을 조작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크아악!”
이정훈은 갑작스러운 정신적인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그의 몸이 고통스럽게 비틀렸다. 김도윤의 정신적인 공격이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비질란테님… 저도… 비질란테님과 같은… 능력이… 있습니다…!”
이정훈의 눈이 순간 광적으로 번뜩였다. 그의 몸에서 희미한 전자기파 교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통신망이 잠시 지직거렸고, 옥상에 설치된 작은 보안 카메라가 순간 꺼졌다. 김도윤은 경악했다.
‘말도 안 돼… 그도… 잔류 사념을 읽는 능력을…?!’
김도윤은 이정훈이 단순한 모방범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정훈은 김도윤의 능력을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능력은 김도윤처럼 강력하고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잔류 사념과 관련된 힘이었다. 이정훈은 김도윤의 정신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역으로 김도윤의 정신에 미세한 영향을 미치려 했다. 그의 능력은 뒤틀린 정신에서 비롯된, 일종의 정신적 변이 능력이었다. 단순한 심신미약 주장이 아닌, 실제 정신적 문제로 인해 유사 능력이 발현된 경우였다.
이정훈의 정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념은 김도윤의 그것과는 달랐다. 김도윤의 능력은 타인의 잔류 사념을 읽고 그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었지만, 이정훈의 능력은 타인의 '분노'와 '증오' 같은 강렬한 감정을 증폭시키고, 그 감정을 통해 상대방의 정신에 혼란을 주는 것이었다. 그의 능력이 약한 김도윤의 능력에 변이를 일으켰던 것은, 바로 이 뒤틀린 감정의 파동 때문이었다.
“저는… 비질란테님의 모든 것을… 이해합니다…! 저도… 그들을 보았으니까요…! 그 악마들의 고통…! 그들의 절규…!”
이정훈은 자신이 과거에 이영호와 같은 악인들에게서 느꼈던 극도의 분노와 고통을 김도윤의 정신에 투영하려 했다. 그는 김도윤의 정신을 혼란시키고, 자신의 왜곡된 정의에 동조하게 만들려 했다. 김도윤의 머릿속에 이영호의 끔찍한 범죄 장면과 피해자들의 절규가 다시 한번 생생하게 떠올랐다.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그의 정신을 난도질했다. 그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때, 유하준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김도윤의 귀에 들려왔다.
“형! 괜찮아요?! 형의 뇌파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요! 이정훈이 뭔가 하고 있어요!”
유하준은 지하 은신처에서 김도윤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김도윤의 뇌파가 급격히 불안정해지자, 그는 직감적으로 김도윤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았다. 유하준은 김도윤에게 직접 만든 헤드셋의 특수 기능을 활성화했다.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김도윤의 뇌를 안정시키려 애썼다.
김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정훈의 뒤틀린 사념이 그의 정신을 잠식하려 했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나는 저들과 달라. 나는 왜곡된 정의에 굴복하지 않아!’
김도윤은 자신의 모든 정신적인 힘을 끌어모았다. 그는 이정훈의 정신에 맞서 싸웠다. 그의 능력이 변이되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잔류 사념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김도윤은 이정훈의 정신 속에서 가장 강렬한 '공포'의 사념을 찾아내 역으로 투영하기 시작했다. 악인들이 심판당하는 순간의 공포, 그리고 이정훈 자신이 느꼈던 절망과 무력감.
“크아아악!”
이정훈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는 자신의 뒤틀린 감정을 통해 타인을 조종하려 했지만, 김도윤은 그 감정의 근원, 즉 '공포'를 역이용하여 이정훈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그의 능력이 이정훈의 정신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듯했다.
이정훈의 몸이 경련하며 비틀거렸다. 그는 김도윤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눈은 여전히 김도윤에 대한 광적인 동경을 담고 있었지만, 그 광기는 점차 공포로 물들고 있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자신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그 순간, 호송 차량이 이들이 있는 건물 아래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강재혁의 지휘 차량에서는 무전 소리가 계속 울렸다.
“호송 차량 목표 지점 통과. 주변 이상 없음! 주변 감시 철저!”
경찰은 아직 이들이 옥상에서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호송 차량과 주변의 주요 경로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김도윤은 쓰러진 이정훈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피로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이정훈의 능력은 김도윤의 예상보다 훨씬 위험했지만, 김도윤은 그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능력의 변이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뒤틀려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이정훈의 손에 들린 낡은 라이터를 발로 차 멀리 날려버렸다. 그리고 이정훈의 어깨에 새겨진 칼날 문신을 노려봤다. 이 모든 혼란의 시작이자 끝이 될 모방범.
“당신은… 이제 끝났어.”
김도윤은 이정훈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 이제 그를 경찰에 넘겨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이정훈의 정신에 대한 더 깊은 분석이 필요했다. 그의 능력이 어떻게 발현되었고, 어떻게 김도윤의 능력에 영향을 미쳤는지. 이정훈의 존재는 김도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새로운 미스터리를 안겨주었다.
그때,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강재혁 경감의 목소리였다.
“누구냐! 손들어!”
경찰이 마침내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접근하고 있었다. 김도윤은 유하준의 경고를 떠올렸다. 강재혁은 모방범과 김도윤, 둘 다 잡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피할 수 없는 대결의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