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41화

by BlackBearLeo


도시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뜨거웠다. 박진태를 태운 호송 차량이 경찰의 삼엄한 경호 아래 복잡한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강재혁 경감은 지휘 차량에서 실시간 상황을 주시했고, 그의 팀원들은 각자의 잠복 지점에서 눈을 빛내며 모방범의 등장을 기다렸다. 모두의 시선은 호송 차량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진짜 대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옥상 위, 김도윤과 모방범 이정훈의 대치는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팽팽했다.

김도윤은 쓰러진 이정훈을 제압한 채 경찰의 접근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강재혁 경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김도윤은 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결의를 담고 있었다. 이정훈의 사념에서 느껴지는 뒤틀린 광기가 그의 정신을 계속해서 흔들었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버텨냈다.

“누구냐!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강재혁의 경고와 함께 계단 위에서 섬광탄이 터졌다. 찰나의 눈부심 속에서 특수 기동대원들이 옥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김도윤은 빛이 가시기 전, 유하준이 알려준 비상 탈출 경로를 본능적으로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정훈을 혼자 남겨둘 수 없었다. 이정훈은 여전히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비틀린 정의는 이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강재혁 경감님! 저입니다! 모방범을 잡았습니다!”

김도윤은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와 고통이 묻어 있었지만, 모방범을 잡았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목소리에 놀란 듯 순간 멈칫했다. 그의 눈에 김도윤과 그 옆에 쓰러진 이정훈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의 대치 현장이 고스란히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김도윤의 손이 이정훈의 목덜미를 잡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김도윤! 손들어! 즉시 무릎 꿇어!” 강재혁은 권총을 겨누며 명령했다. 그의 팀원들도 일제히 김도윤에게 총을 겨눴다. 옥상 위는 수십 개의 총구와 레이저 조준경으로 빛났다. 김도윤의 모든 움직임을 제약하려는 듯했다.

김도윤은 천천히 이정훈의 손목을 놓았다. 그리고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몸은 격렬한 능력 사용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발밑의 콘크리트 바닥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유하준이 준 신경 안정제도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의 신경은 이미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모방범의 정체는… 이정훈 교도관입니다. 그는 과거 이영호의 범죄로 인해 아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저를 모방하려 했습니다. 그는 저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의는 왜곡되어 있습니다. 그는 악인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쾌락을 느낍니다.”

김도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정훈의 정체와 그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듣는 강재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김도윤이 이정훈의 정체를, 그리고 그의 능력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강재혁의 의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김도윤이 이정훈과 단순히 대치한 것이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언행이었다. 마치 그가 이정훈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본 듯한 섬뜩한 통찰력이었다.

‘그와 같은 능력…?’ 강재혁의 뇌리에 김도윤이 차민준을 죽였던 당시 구치소 내부 전자기기 오작동 기록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정훈이 박진태를 처단하기 위해 노린 방식이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는 김도윤의 설명이 단순한 추측이 아님을 깨달았다. 초현실적인 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지만, 눈앞의 상황은 그것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김도윤의 몸이 휘청거렸다. 격렬한 정신 활동과 능력의 변이가 그의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인 결과였다. 그의 눈앞의 세상이 완전히 뒤틀려 보이기 시작했다. 강재혁과 특수 기동대원들의 모습이 마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것처럼 왜곡되었고, 옥상의 난간이 녹아내리는 듯한 끔찍한 환각이 그의 시야를 뒤덮었다. 머릿속에서는 이정훈의 뒤틀린 사념과 자신의 잔류 사념이 뒤엉켜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온몸의 신경이 칼날로 쑤시는 듯한 통증에 시달렸다.

“커헉…!”

김도윤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바닥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졌고, 헤드셋도 벗겨졌다. 그의 몸은 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눈은 공포에 질린 채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입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중얼거리듯 흘러나왔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고,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 순간, 옥상 건물 맞은편에 설치된 경찰 채증용 CCTV 카메라가 김도윤의 모든 모습을 선명하게 담아냈다. 경찰이 모방범을 잡기 위해 설치했던 바로 그 카메라였다. 김도윤이 바닥에 쓰러져 발작하듯이 몸을 떨고,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모습. 그리고 그의 입에서 중얼거리듯 흘러나온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 이 모든 장면이 실시간으로 경찰 상황실에 전송되고 있었다.

강재혁은 재빨리 대원들에게 이정훈을 체포하고, 김도윤을 제압하도록 지시했다. 특수 기동대원들이 김도윤에게 달려들어 그를 포박하려 했다. 하지만 김도윤은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의 능력은 폭주하고 있었고, 잔류 사념의 역류는 그의 정신을 맹렬하게 잠식하려 했다. 그의 손이 허공을 휘저었고,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와 싸우는 듯한 몸짓을 보였다.

김도윤과 이정훈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이정훈이 전직 교도관이자 김도윤의 광적인 추종자였으며, 박진태를 ‘심판’하려 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언론은 경찰 채증용 CCTV에 찍힌 김도윤의 모습에 주목했다. 그의 발작 장면은 수없이 많은 언론사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반복 재생되었다.

[속보] ‘비질란테’ 김도윤, 모방범 검거 현장에서 발작… 그의 정체는?!
[단독] 김도윤, 모방범의 범행 방식 상세히 언급… 비질란테와의 수상한 연결고리! 그는 공범인가?!
‘정의의 심판자’가 불러온 혼란… 비질란테, 악의 씨앗인가?! 그가 괴물을 만들었다!
충격! 김도윤 체포 현장 영상 공개! 그의 기이한 행동의 원인은 초능력인가, 정신병인가?

CCTV 영상은 수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김도윤이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모습,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는 모습, 그리고 그의 얼굴에 나타난 비정상적인 발작 증세. 그의 눈은 마치 투명한 막이 씌워진 듯 초점을 잃고 허공을 응시했다. 대중은 혼란스러워했다. 그의 행동이 단순히 악인을 처단하는 것을 넘어, 어떤 정신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퍼져나갔다. 그의 비범한 능력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심지어 그가 모방범과 사실은 한패가 아니었느냐는 음모론까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여론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비질란테를 옹호하며 환호했던 대중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모방범 이정훈의 광기 어린 행동은 비질란테의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비질란테'의 모든 행위를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정훈의 증언, 즉 그가 '비질란테의 뜻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대중에게 김도윤이 사회에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비질란테 때문에 또 다른 괴물이 탄생했다!”
“법을 무시한 개인의 정의는 결국 더 큰 폭력과 혼란을 부를 뿐이다! 김도윤은 살인마일 뿐!”
“김도윤은 영웅이 아니라, 사회를 위협하는 위험 인물이었다! 당장 정신병원에 수감해야 한다!”
“어쩌면 김도윤 자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그런 끔찍한 짓을 한 것 아니겠어? 그는 사패(사이코패스)였다!”
“이영호도, 차민준도, 결국 비질란테라는 이름으로 살해된 것 아닌가? 누가 그에게 살인의 권한을 주었는가!”

인터넷과 SNS는 비난과 조롱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비질란테의 행동이 결국 모방범을 양산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며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의 초능력에 대한 의심은 그의 기행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한때 '정의의 심판자'로 불리던 김도윤은 이제 **'사회적 혼란의 원흉'**이자 **'위험한 정신병자'**로 전락했다. 그의 영웅적인 면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광기 어린 살인마의 그림자가 그를 뒤덮었다.

강재혁 경감은 김도윤과 이정훈의 구속 소식을 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피곤했지만, 그의 눈빛은 굳건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걷고 있었다.
“이정훈은 비질란테를 맹목적으로 추종한 모방범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뒤틀린 정의감으로 박진태를 노렸으며, 구치소 내에서 김도윤의 행동을 목격하고 그를 모방하려 했습니다. 그의 행동은 명백한 범죄이며,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능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그의 발작 증세와 이정훈의 능력에 대한 언급을 통해 김도윤이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비범한 능력'이 현실에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단어들을 선택했지만, 그의 발언은 대중에게 김도윤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심어주는 데 충분했다.

강재혁은 기자회견 말미에 힘주어 말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법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비질란테의 행동은 결국 이러한 모방범죄를 유발하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법은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불법적인 자경단 활동을 근절하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사회의 질서를 유지할 것입니다.”

강재혁은 비질란테를 잡음으로써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법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승리감보다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김도윤의 눈빛에서 본 비장함, 그리고 그가 감당했던 고통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만 했다.

김도윤은 병원 중환자실에 구속된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 그의 몸은 진정제와 수액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정신은 여전히 능력의 폭주와 잔류 사념의 역류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의 주변은 경찰 병력이 삼엄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그의 병실 문밖에는 24시간 감시 인력이 배치되어 있었고, 모든 접근은 통제되었다.

유하준은 지하 은신처에서 뉴스를 보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언론과 대중의 비난은 그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형이 그렇게 고통받으며 이룬 '정의'가, 한순간에 '사회적 혼란의 원흉'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잔인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형은…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유하준은 노트북 화면을 주먹으로 내리칠 뻔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노출되고, 대중이 그를 비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경찰의 채증용 CCTV, 그리고 김도윤이 의식을 잃는 순간의 발작은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김도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는 즉시 경찰의 내부 전산망에 다시 침투했다. 김도윤이 체포된 후부터 발생한 모든 기록, 특히 그의 치료 기록과 심리 상담 기록에 주목했다. 경찰은 김도윤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정훈 교도관의 심문 기록도 찾아냈다. 이정훈은 자신의 광적인 신념을 굽히지 않고 비질란테를 찬양하며 김도윤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었다. 그의 진술은 김도윤의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 분명했다. 이정훈은 스스로를 '비질란테의 후계자'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유하준은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려 애썼다. 지금 중요한 것은 김도윤을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구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그리고 김도윤의 '초능력'이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상황에서 그를 구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의 손은 키보드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는 강재혁이 김도윤을 체포할 때 사용했던 논리를 되새겼다. '비질란테의 행동은 결국 모방범죄를 유발하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대중은 이 논리에 열광하고 있었다. 김도윤은 더 이상 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낙인찍혔다. 그의 모든 선의는 악의로 변질되어 대중에게 비난받고 있었다.

유하준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격렬하게 떨렸다. 그동안 형의 정의를 굳게 믿고 도왔던 자신마저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자신들이 추구했던 정의가 과연 올바른 길이었을까? 자신들의 행동이 정말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더 큰 혼란을 초래한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유하준은 홀로 절망했다. 바깥세상은 비질란테를 비난하고 있었고, 김도윤은 감옥과 같은 병실에 갇혀 있었다. 추락하는 영웅의 그림자 위로, 차가운 사회의 비난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 진정한 싸움이 시작된 것인지도 몰랐다. 법과 초능력, 정의와 광기, 그리고 영웅과 악마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에서, 김도윤과 유하준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유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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