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42화

by BlackBearLeo

경찰 병원 VIP 병실은 삼엄한 경비 속에 김도윤을 가두고 있었다. 창문은 두꺼운 방탄유리로 봉쇄되었고, 문 앞에는 24시간 무장 경찰관 두 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병실 안의 김도윤은 여전히 깊은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병명은 '원인 불명의 신경계 이상 및 극심한 정신 착란'이었다. 하지만 강재혁 경감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의 병명이 '초능력 과부하'로 바뀌어 있었다.



강재혁은 병실 한쪽에 마련된 임시 지휘실에서 김도윤의 모든 의료 기록과 체포 당시 채증 영상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밤샘 근무로 인한 피로와 함께 날카로운 집중력이 서려 있었다. 바로 옆 스크린에서는 이정훈 교도관의 심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정훈은 여전히 김도윤을 '비질란테님'이라 칭하며 광기 어린 신념을 토해내고 있었다.



“비질란테님은… 진정한 정의의 심판자이십니다! 저는 그분의 뜻을 받들어… 이 더러운 세상을 정화하려 했을 뿐입니다! 비질란테님께서 잠시 힘을 잃으셨기에… 제가… 제가 그분의 공백을 채워야 했습니다!”



이정훈의 광기 어린 진술은 김도윤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가 되었다. 강재혁은 이정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언에서 김도윤의 '능력'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 이정훈이 김도윤의 능력을 '힘'이라고 표현했고, 그 '힘'이 잠시 약해졌을 때 자신이 개입했다는 주장이었다.



강재혁은 체포 당시 김도윤의 몸에서 발견된 작은 장치에 다시 주목했다. 유하준이 김도윤에게 건넸던 헤드셋의 일부 잔해였다. 국과수 분석팀은 이 헤드셋이 단순한 음향 장치가 아닌, 뇌파를 조절하고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음을 보고했다. 또한, 김도윤의 몸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는 신경 안정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이는 김도윤이 자신의 어떤 '비정상적인 상태'를 조절하려 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체포 당시 김도윤의 비정상적인 동공 반응 기록이었다. 그의 동공은 마치 극한의 빛이나 소리에 노출된 것처럼 극도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했고, 초점은 완전히 상실된 상태였다. 이는 단순한 정신 착란이나 발작 증세와는 다른, 외부적인 강한 자극이나 혹은 내부적인 '힘'의 폭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그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은 마치 피눈물처럼 보였고, 그의 피부는 급격히 냉각되는 현상까지 보였다.



“보고드립니다, 경감님. 김도윤의 뇌파 검사 결과, 극도로 불안정한 파형이 계속 관측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간질 발작이나 정신 질환과는 다른 패턴입니다. 마치… 뇌의 특정 부분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었다가 급격히 저하되는 반복적인 현상입니다. 아직 원인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의료팀의 보고는 강재혁의 확신을 더욱 굳혔다. 김도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이 그의 '초능력'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잔류 사념을 읽고, 정신을 조작하며, 때로는 물리적인 현상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정훈 교도관의 진술에서 '비질란테가 보지 못한 것을 내가 보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악마들의 고통'을 언급했죠. 이것이 김도윤의 능력과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강재혁은 심문팀장에게 물었다. 심문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서는 이정훈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여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도윤의 비정상적인 상태와 연결해 보면… 뭔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강재혁은 김도윤이 이정훈의 사념을 읽었고, 그 과정에서 이정훈의 '왜곡된 능력'이 김도윤에게 영향을 미쳐 그의 능력을 변이시켰다는 유하준의 말을 떠올렸다. 물론 유하준은 강재혁에게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김도윤의 병실에 몰래 접근하려 했던 유하준의 행동과 그의 해킹 능력으로 미루어 볼 때, 유하준이 김도윤의 '능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강재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굳건한 신념으로 불타올랐다. 그는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증거가 김도윤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김도윤이 비질란테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그의 능력은 단순한 환각이 아니야. 그는 위험한 존재다.”



강재혁은 즉시 최고 수뇌부에 김도윤에 대한 체포 명령을 보고했다. 그는 김도윤의 체포가 단순히 살인범을 잡는 것을 넘어, 사회 질서를 뒤흔드는 '초월적인 무법자'를 제압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김도윤을 체포하는 것은 경찰의 권위를 회복하고 법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경찰 병원 중환자실에 대한 보안을 최고 단계로 격상한다. 김도윤은 절대적으로 외부와 접촉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그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해라. 의식을 회복하는 즉시 체포한다.”



강재혁의 지시는 단호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무엇이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자는 그 어떤 예외도 없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비질란테'는 정의의 심판자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법 위에 군림하려 했던 오만한 무법자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법자가 사회에 가져올 혼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모방범 이정훈의 등장이 그의 신념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김도윤은 이미 대중에게 '위험한 정신병자'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는 단순한 정신병자가 아니야.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법을 우롱하고, 개인적인 단죄를 행한 범죄자다. 그리고 그의 능력은 아직 미스터리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강재혁은 비질란테 사건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김도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리고 그의 모든 추리는 결국 김도윤에게로 향했다. 이제 그의 직감과 증거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김도윤을 잡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다.



“체포 작전은 일급 비밀로 진행한다. 김도윤에게 아직 협력자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그의 동생 유하준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라. 그는 뛰어난 해킹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김도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강재혁은 유하준이 김도윤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유하준의 은신처를 찾아냈을 때, 그의 컴퓨터에 남아있던 수많은 해킹 흔적들이 그 증거였다. 그는 유하준까지 함께 체포할 계획을 세웠다.



병원 중환자실. 김도윤은 미세하게 눈꺼풀을 움직였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도 그의 귀에 희미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햇빛. 그리고 그의 손목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수갑이었다. 그의 의식은 아직 불완전했지만, 몸은 이미 감금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사념의 파편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정훈의 광기 어린 찬사와 뒤틀린 정의,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변이의 통증. 그는 자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순간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경찰의 채증용 CCTV.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찍혔으리라는 불길한 예감.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강재혁 경감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강재혁은 김도윤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병실 한쪽 의자에 앉았다. 그의 눈빛은 김도윤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김도윤 씨, 정신이 드는군요. 할 말이 있습니다.”



강재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김도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시야는 여전히 흐릿했지만, 강재혁의 존재는 선명하게 느껴졌다.



“당신은 내가 처음부터 의심했던 비질란테였어. 그리고 나는 이제 당신의 능력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당신은 그 능력을 이용해 법을 무시하고, 악인들을 단죄한다는 명분 아래 살인을 저질렀지. 그리고 그 결과… 당신을 추종하는 모방범까지 만들어냈다.”



강재혁의 말은 김도윤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자신이 행했던 '정의'가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감이 밀려왔다. 대중의 비난, 모방범의 광기.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었다.



“당신은 스스로를 영웅이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당신의 행동은 결국 사회의 혼란만 가중시켰어. 이정훈 교도관의 광기가 당신의 행동의 결과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거야.”



강재혁은 김도윤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확인했다.


“당신은 이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거야. 당신의 능력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특수 격리 시설로 이송될 수도 있어.”



김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했다. 그의 능력은 그에게 엄청난 고통과 함께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안겨주었다. 이제 그는 그 모든 것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나는 법의 수호자로서, 비질란테라는 이름의 무법자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어떤 능력을 가졌든, 어떤 명분을 내세웠든, 법 위에 설 수는 없어. 당신은 이제 죄인이다.”



강재혁의 목소리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김도윤을 체포하는 것은 그에게 단순히 사건 해결을 넘어선, 법과 질서의 승리를 의미했다.



김도윤은 천천히 강재혁을 올려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체념과 함께, 알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이루려 했던 정의는 결국 이렇게 파멸로 끝나는 것일까. 그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몸은 지쳤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강재혁은 병실을 나섰다. 그의 등 뒤로 무거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김도윤은 홀로 남겨졌다. 차가운 병실의 공기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에 휩싸였다. 바깥세상은 그를 비난하고 저주했다. 그가 지키려 했던 사회는 그를 괴물로 낙인찍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 유하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형… 포기하지 마세요… 제가… 제가 형을 꺼내줄게요….’



환청인지, 아니면 동생의 간절한 외침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김도윤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그는 아직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유하준이 있었다. 그의 유일한 편, 그의 마지막 희망. 김도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감옥 안에서든, 밖에서든, 그는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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