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44화

by BlackBearLeo


새벽녘,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멀어져 가는 도시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김도윤과 유하준은 낡은 트럭을 타고 굽이진 국도를 달렸다. 유하준의 능숙한 운전 솜씨 덕분에 그들은 경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백미러에 비친 도시의 불빛이 점점 희미해질수록, 그들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함께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교차했다.

김도윤은 조수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능력의 후유증으로 인해 무거웠다. 머릿속에서는 이정훈의 광기 어린 사념과 자신의 잔류 사념이 뒤엉켜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눈을 감아도 시뻘건 잔상이 아른거렸고, 귓가에는 정체불명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다. 지난밤, 병원에서 겪었던 발작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형, 괜찮아요?” 유하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얼굴에도 피로가 역력했지만, 형을 향한 걱정은 숨길 수 없었다.

김도윤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유하준도 잘 알고 있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때 정의롭고 강인했던 검사 김도윤은 이제 모든 것을 잃고 도망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자신의 능력이 있었다. 유하준은 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를 다졌다.

새로운 은신처는 도시 외곽, 인적이 드문 산골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낡은 폐가였다. 과거 벌목꾼들이 잠시 머물던 곳으로, 전기와 수도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완벽하게 고립된 공간이었다. 유하준은 이곳을 몇 달 전부터 비상시를 대비해 준비해두었다. 그의 철저한 준비성은 빛을 발했다.

“여기에요, 형.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곳이라 안전할 거예요. 제가 미리 발전기도 설치해뒀어요. 그리고 식량도 충분히 비축해뒀으니 당분간은 걱정 없어요.”

유하준은 김도윤을 부축하여 폐가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그들을 맞았다. 창문은 깨져 있었고, 벽에는 습기가 가득했다. 김도윤은 낡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곳은 마치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다. 그의 지난 삶과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이었다.

유하준은 능숙하게 발전기를 가동하고, 낡은 전등을 켰다. 희미한 불빛이 폐가 내부를 밝혔다. 그는 김도윤의 상처를 치료하고, 간단한 식사를 준비했다. 김도윤은 억지로 몇 숟가락 뜨는 시늉만 했다. 식욕은커녕 모든 감각이 무뎌진 듯했다.

“형, 일단 푹 쉬세요. 저는 주변을 좀 더 살펴볼게요. 혹시라도 추적 흔적이 남아 있을지 모르니까요.”

유하준은 김도윤의 어깨를 토닥이고 밖으로 나섰다. 김도윤은 홀로 남아 텅 빈 폐가에 앉아 있었다. 정적 속에서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 그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환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김도윤의 정신은 이미 잔류 사념에 깊이 잠식되어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 이영호의 끔찍한 죽음, 차민준의 절규, 그리고 이정훈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까지. 그가 과거에 마주했던 모든 악인들의 사념이 그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그들의 고통과 분노, 쾌락이 뒤섞여 마치 거대한 합창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환각은 더욱 심해졌다. 벽에서는 피가 흘러내리는 듯했고, 천장에서는 거미줄처럼 얽힌 악인들의 그림자가 기어 다니는 듯했다. 김도윤은 자신이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육체적인 고통도 계속되었다. 능력의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은 그의 몸을 쉼 없이 괴롭혔다. 그의 피부에는 알 수 없는 검붉은 반점들이 솟아났고, 근육은 찢어질 듯한 아픔에 시달렸다. 지난밤, 병원에서 겪었던 발작의 순간, 그의 몸에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몸은 이제 더 이상 그 자신의 것이 아닌 듯했다.

김도윤은 자신의 능력을 자제하려 애썼다. 잔류 사념을 읽는 것은 자신을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뜨릴 것이 분명했다. 그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사념의 파도를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정신은 거대한 심해에 빠진 듯,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멈춰… 멈춰…!”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 갈라져 있었다. 그의 손은 떨렸고, 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유하준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이 그를 붙잡았다.

며칠 밤낮으로 유하준은 김도윤의 상태를 지켜봤다. 형의 고통은 유하준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김도윤은 밤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몸부림쳤고, 때로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렸다. 유하준은 형의 옆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해킹 능력을 총동원하여 김도윤의 병세에 대한 정보를 찾아냈다.

그는 희귀 신경학 서적, 초심리학 이론, 그리고 심지어 미스터리한 초능력 현상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까지 뒤졌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과 이정훈의 능력이 단순한 정신병이 아닌,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몇몇 사례들을 발견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겪은 후, 특정 감각이 과도하게 발달하여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증상. 혹은 타인의 감정을 너무나 생생하게 느끼게 되는 공감각의 이상 발달.

“형은… 타인의 잔류 사념을 너무 깊이 공유해서… 그들의 감정과 고통까지 흡수하고 있는 거예요. 특히 이정훈의 뒤틀린 광기가 형의 능력을 오염시킨 것 같아요.”

유하준은 김도윤에게 자신이 찾은 정보를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이 증상은… 일종의 정신적인 감염 같아요. 형의 능력이 이정훈의 왜곡된 사념에 감염된 거예요. 이대로 두면 형의 정신이 완전히 망가질지도 몰라요.”

김도윤은 유하준의 말을 들으며 희미하게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돋아난 검붉은 반점들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것은 능력의 후유증이자, 고통의 증표였다.

“치료법은… 없어…?” 김도윤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유하준은 고개를 숙였다. “아직…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형의 능력을 안정시킬 방법을 찾고 있어요. 외부 자극을 완전히 차단하고,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면… 어쩌면….”

그는 희미한 희망을 얘기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도 알았다. 이 모든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김도윤의 능력은 일반적인 의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강재혁 팀은 김도윤과 유하준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도시 전체의 CCTV를 분석하고, 통신 기록을 역추적했으며, 심지어 그들이 도주에 사용했을 만한 모든 차량 정보를 파악했다. 하지만 유하준의 뛰어난 해킹 실력과 치밀한 도주 계획 덕분에 그들은 좀처럼 흔적을 잡을 수 없었다.

“젠장! 유하준 이 녀석, 보통이 아니군. 마치 유령처럼 흔적을 지워버려!” 강재혁은 답답함에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수사관 한 명이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경감님, 김도윤 검사의 병실에서 발견된 헤드셋과 주사기에 대한 국과수 최종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헤드셋에서는 극미량의 신경 안정 효과를 지닌 비인가 물질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사기에서도 동일한 물질이 나왔습니다. 이 물질은 뇌파를 강제로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강재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비인가 물질… 유하준이 김도윤의 능력을 제어하려고 사용한 건가…?”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단순한 정신 착란이 아니라, 어떤 실체적인 현상이며, 유하준이 그것을 알고 통제하려 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는 그들의 도주가 단순히 법망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미스터리한 능력'과 관련된 중대한 사건임을 의미했다.

강재혁은 이제 김도윤을 잡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는 김도윤의 '초능력'을 세상에 밝히고, 그를 통제하여 사회적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하준 역시 그의 목표가 되었다.

“유하준이 김도윤의 능력을 제어하려 했다는 것은, 그가 김도윤의 능력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 녀석을 잡아야 한다. 유하준을 통해 김도윤의 모든 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깊은 밤, 은신처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김도윤은 낡은 침대에 누워 잠 못 이루고 있었다. 그의 정신은 여전히 사념의 파도에 시달렸다. 환각은 더욱 심해져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늘어나는 상처들을 느꼈다. 능력의 후유증으로 인한 피멍과 찢어진 피부. 그는 이제 끔찍한 괴물로 변해가는 듯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옆에 앉아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눈은 형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응시하며 흔들렸다. 그는 형을 이대로 둘 수 없었다. 어떻게든 치료법을 찾아내야 했다. 그의 해킹 능력과 지식, 그리고 김도윤을 향한 강한 유대감이 그를 움직였다.

“형… 제가 방법을 찾을게요. 반드시… 형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거예요.”

유하준은 김도윤의 귀에 속삭였다. 김도윤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 같았다.

그때, 은신처 외부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유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즉시 컴퓨터 화면을 확인했다. 경찰의 추적이었다. 그들이 예상보다 빨리 이곳을 찾아낸 것이다. 강재혁의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형… 경찰이에요…!”

유하준은 급하게 김도윤을 일으켰다. 김도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지만, 유하준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섰다. 그들은 도망쳐야 했다. 다시 한번. 이 벼랑 끝에서,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밖에서는 강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도윤! 유하준! 이제 도망칠 곳은 없다! 항복해라!”

은신처는 완벽하게 고립된 공간이었지만,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그림자 속의 숨소리는 이제 추격자들의 거친 숨소리로 바뀌었다. 김도윤과 유하준은 다시 한번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의 도피는 계속될 것이었다. 과연 그들은 이 지옥 같은 추격전에서 살아남아 숨겨진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리고 김도윤은 자신의 능력으로부터, 그리고 사회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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