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46화

by BlackBearLeo


산속 깊은 곳, 낡은 창고를 개조한 은신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김도윤은 간이 침대에 누워 끊임없이 뒤척였다. 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었고, 온몸은 경련하듯 떨렸다. 능력의 과부하로 인한 고통은 그의 정신과 육체를 끊임없이 잠식하고 있었다. 그의 뇌리에는 수많은 잔류 사념의 파편들이 거대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이영호, 차민준, 이정훈… 그들이 남긴 고통과 분노, 쾌락의 파동이 뒤섞여 끔찍한 악몽으로 변질되었다.

무의식의 꿈 속에서 김도윤은 자신이 한없이 깊은 심해로 가라앉고 있다고 느꼈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그를 불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깊은 물속에 갇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였다. 꿈속에서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잊고 있던 과거의 조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김도윤의 어린 시절이었다. 아직 능력이 발현되기 전의 평범한 모습. 밝게 웃는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그들 뒤편으로 보이는 낡고 오래된 연구실. 그곳은 아버지의 연구실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무언가에 몰두해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들과 복잡한 회로도들이 가득했다. 어린 김도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도윤아, 아버지는 지금 아주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단다. 이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는… 아주 특별한 기술이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그 뒤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아버지는 종종 밤늦도록 연구실에 틀어박혔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어린 김도윤은 그때는 그저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꿈의 장면이 바뀌었다. 어둡고 차가운 공간. 그리고 끔찍한 소음과 함께 번개처럼 섬광이 터지던 순간. 어린 김도윤은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부모님의 비명소리. 그는 너무나도 생생한 고통과 함께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바로 부모님의 죽음이었다.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비극적인 사고. 그는 그 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직감했다.

그때, 섬광 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젝트… ‘에테르’… 코드를… 회수해야 해… ‘잔류’… 위험해…”

알 수 없는 단어들이 김도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에테르’, ‘코드를 회수’, ‘잔류’.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는 필사적으로 그 단어들을 붙잡으려 했지만, 꿈의 안개 속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파편. 병실의 차가운 공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의 변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슬픔, 절망, 동정… 그들의 잔류 사념이 그의 의식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그것이 바로 능력의 발현이었다.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그의 능력이 깨어난 것이다.

꿈속에서 김도윤은 자신의 능력이 단순히 '잔류 사념'을 읽는 것을 넘어, 과거의 특정한 **'기술'이나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묘한 단서를 얻었다. 그의 아버지가 연구했던 '에테르'라는 프로젝트, 그리고 '잔류'라는 단어. 그 모든 것이 그의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강렬한 직감이 들었다. 그의 능력은 단순한 초능력이 아니라, 어떤 과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김도윤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온몸은 땀으로 축축했고, 그의 눈에는 공포와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낡은 창고의 차가운 시멘트 벽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꿈이었지만, 너무나도 생생했다. 마치 그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처럼.

“형! 괜찮아요? 악몽 꿨어요?”

김도윤의 옆에서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있던 유하준이 급하게 달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김도윤은 유하준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그 속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어떤 깨달음의 조각이 스며들어 있었다.

“하준아… 꿈을 꿨어. 부모님… 그리고… 아버지의 연구….”

김도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꿈속에서 본 조각들을 이야기했다. '에테르', '코드', '잔류'… 그리고 능력이 발현되던 순간의 섬광과 비명. 유하준은 김도윤의 이야기를 숨죽여 들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아버지의 연구… 에테르 프로젝트요? 형의 능력이 아버지의 연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구요?”

유하준은 김도윤의 이야기에 강렬한 호기심과 함께 어떤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의 아버지는 천재적인 과학자였지만, 그의 연구 분야는 가족에게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부모님의 죽음 역시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였다.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어. 내 능력이… 그냥 생긴 게 아닐지도 몰라. 어떤 기술… 혹은… 실험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김도윤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꿈속의 파편들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듯했다.

유하준은 즉시 노트북을 켰다. 그는 김도윤의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운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가 몸담았던 연구기관, 그의 연구 분야, 그리고 '에테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까지. 그는 아버지의 과거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유하준은 자신의 해킹 실력을 총동원하여 정부의 비밀 연구기관 데이터베이스, 과거의 언론 보도 자료, 그리고 심지어 블랙마켓의 정보 브로커들에게까지 접근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벼랑 끝을 걷고 있었다.

강재혁 경감은 김도윤과 유하준의 행방을 쫓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단순한 '정신병'이 아님을 확신했고, 그의 능력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유하준 이 녀석, 최근 이상한 정보들을 검색하고 있다더군. 과거 정부의 비밀 연구 프로젝트, 특정 과학자들의 행적… 그리고 ‘초능력’과 관련된 비공식 보고서들까지. 김도윤의 능력의 근원을 파헤치려는 모양이다.”

강재혁은 유하준의 검색 기록을 통해 그들이 새로운 단서를 쫓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는 유하준의 행동이 김도윤의 '능력'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하준의 검색 기록을 토대로 김도윤 아버지의 모든 과거를 파헤쳐라. 그의 연구 분야, 그가 몸담았던 연구기관… 그곳에 김도윤 능력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강재혁은 이제 김도윤을 잡는 것을 넘어, 그의 '능력'의 실체를 밝혀내고 그것을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의 비질란테 추격은 이제 거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되었다.

며칠 밤낮으로 유하준은 아버지의 과거를 추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놀라운 단서를 찾아냈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정부 주도의 극비 연구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에테르’**에 참여했던 핵심 연구원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파를 조작하여 잠재된 능력을 활성화하거나, 혹은 외부 정보를 직접적으로 수신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형… 찾았어요…! 아버지의 연구는… 인간의 뇌파를 조작해서… 형의 능력과 비슷한 걸 만들려고 했던 프로젝트였어요! 이… 이 자료에는… ‘잔류 뇌파의 활성화’라는 내용도 있어요!”

유하준은 흥분한 목소리로 김도윤에게 설명했다. 그의 손에는 낡은 파일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정부 데이터베이스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극비 문서였다. 유하준은 자신의 해킹 실력을 총동원하여 겨우 찾아낸 보물과도 같았다.

김도윤은 자료를 건네받았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료에는 복잡한 뇌파 분석 그래프와 함께, 인간의 잠재의식을 자극하여 특정 능력을 발현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프로젝트가 인체 실험까지 염두에 두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인체 실험… 그럼 내 능력은… 아버지의 연구 결과였다는 거야…?”

김도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인위적인 실험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부모님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어떤 알 수 없는 사고로 인해 중단되었다고 되어 있어요. 하지만…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아요. 그리고… 사고 이후 모든 데이터가 파기되었다고 기록되어 있구요.”

유하준은 설명했다. 그는 자료를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고의 배후에 또 다른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찾아냈다. 프로젝트 에테르는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음모의 시작이었다.

“형의 능력은 단순한 잔류 사념 읽기가 아니에요. 이건… 뇌파를 조작하고, 외부 정보를 직접 수신하는… ‘정보 동조’ 능력에 가까워요. 그리고… 이정훈의 능력은… 형의 왜곡된 잔류 사념에 노출되어 발현된… 일종의 모방된 능력일 가능성이 커요. 즉, 형의 능력이 전염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유하준의 말은 김도윤에게 충격과 함께 새로운 공포를 안겨주었다. 자신의 능력이 타인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정훈의 광기가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탄생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아버지가 혼자 진행한 게 아니에요. 뒤에 거대한 조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형의 능력을 완성시키려 했을 거예요. 혹은… 이용하려 했거나.”

유하준은 김도윤의 과거, 즉 그의 부모님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그의 능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프로젝트의 결과였고, 그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김도윤은 자료를 든 채 손을 떨었다. 그의 능력의 기원이 밝혀질수록, 그는 더욱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단순한 검사가 아니었다. 그는 과거의 거대한 프로젝트와 현재의 혼란을 잇는 중요한 존재였다.

그날 밤, 김도윤은 아버지의 연구 자료를 품에 안고 잠들었다. 그의 꿈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그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단서들이 섞여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저주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발현된 것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목적의 끝에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유하준은 김도윤이 잠든 모습을 지켜봤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피로와 죄책감이 서려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굳건했다. 그는 이제 형을 돕는 것을 넘어, 아버지의 죽음과 형의 능력에 얽힌 거대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새로운 사명감을 느꼈다.

경찰의 추격은 계속될 것이고, 강재혁은 더욱 집요하게 그들을 쫓을 것이었다. 하지만 김도윤과 유하준은 이제 단순한 도망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과거의 조각들을 맞춰 거대한 퍼즐을 완성하려는 탐험가이자, 숨겨진 진실을 찾아 헤매는 진실의 추적자들이었다. 그들의 도피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능력의 기원,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실마리를 찾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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