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49화

by BlackBearLeo

낡은 창고 은신처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김도윤은 간이침대에 누워 희미한 불빛 아래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그의 몸은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한 후유증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정신은 끝없이 밀려드는 잔류 사념과 환각으로 혼미했다. 잠이 들면 악몽이 찾아왔고, 깨어 있으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의 뺨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유하준은 그런 김도윤의 옆을 지키며 밤늦도록 그의 상태를 살폈다. 죄책감과 안타까움이 그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유하준은 노트북 화면을 응시했다. 경찰의 추격은 점점 더 좁혀지고 있었고, 언론의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졌다. 김도윤의 과거 수사 기록은 온 국민의 도마 위에 올랐고, 그가 해결했던 모든 사건들이 그의 '초능력'과 연관 지어 재조명되었다. 이제 김도윤은 '사라진 검사'를 넘어 '위험한 괴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였다. 유하준은 형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어떻게든 형을 살리고, 이 모든 상황을 바로잡아야 했다.

그때였다. 유하준의 노트북 화면에 알 수 없는 경고창이 깜빡였다. 최고 수준의 암호화된 메시지였다. 일반적인 해킹으로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긴장하며 메시지를 열었다. 내용물은 단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심상치 않았다.

[수신: 유하준]

[발신: 미상]

귀하와 김도윤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우리는 김도윤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의 고통을 덜어주고, 능력을 안정화시킬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접촉을 원한다면, 첨부된 좌표로 오십시오.

이 제안은 단 한 번뿐입니다.

유하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지의 존재가 자신들에게 접촉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것도 그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채로. 소름이 돋았다. 경찰도 찾지 못한 그들을 어떻게 이들이 찾아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김도윤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것도 능력을 강화시키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미끼까지 던지면서.

“형… 형…!”

유하준은 김도윤을 급하게 흔들어 깨웠다. 김도윤은 흐릿한 눈으로 유하준을 바라봤다. “왜… 무슨 일이야….”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유하준은 노트북 화면을 김도윤에게 돌렸다. 김도윤은 메시지를 읽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에 혼란과 함께 일말의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니. 그의 능력은 그를 서서히 파괴하고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구지…? 이들은 어떻게 우리를 알았지…?” 김도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모르겠어요, 형. 하지만… 이 암호화 기술은… 제가 아는 어떤 기관보다도 뛰어나요. 보통 조직이 아니에요. 게다가 형의 능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예요.”

유하준은 메시지를 보낸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려 했지만, 그들의 흔적은 완벽하게 지워져 있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았다. 이는 더욱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김도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제안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미지의 조직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능력을 통제하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유혹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그는 이대로 고통 속에 잠식되어 미쳐버릴 수도 있었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지의 존재에게 의지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준아… 나를… 이대로 둘 수는 없어. 이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만약… 이들이 정말 방법을 알고 있다면….”

김도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유하준은 형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결심했다. 형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었다.

“형, 좋아요. 제가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안전한 방법을 모색할게요.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가지고 있어요.”

유하준은 즉시 메시지에 첨부된 좌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도시 외곽, 인적이 드문 낡은 공장 지대였다. 그는 공장 주변의 모든 디지털 기기들을 해킹하여 보안 시스템, CCTV, 그리고 미세한 전자기기 신호까지 파악하려 했다.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비상 탈출 경로를 계획하고, 경찰의 추격에도 대비했다.

강재혁 경감은 김도윤과 유하준의 행방을 쫓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의 팀은 김도윤의 과거 사건들과 아버지의 연구에 대한 단서들을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프로젝트 에테르'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김도윤의 능력이 단순한 '정신병'이 아니라, 정부의 비밀스러운 실험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경감님, 유하준의 통신 기록에서 이상한 패턴이 감지되었습니다. 마치 누군가와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받은 흔적입니다. 하지만 그 흔적은 너무나도 정교해서 역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수사관의 보고에 강재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암호화된 메시지? 김도윤과 유하준에게 접촉한 존재가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누구지?”

강재혁은 미지의 존재가 김도윤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긴장했다. 만약 그들이 김도윤의 능력을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능력이 악용된다면, 상상 이상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었다.

“김도윤의 능력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그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는 증거다. 그들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김도윤의 능력이 악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강재혁의 목소리에는 강한 책임감이 실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번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고, 그것이 악용되는 것을 저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다음 날 밤, 김도윤과 유하준은 제안자가 알려준 좌표로 향했다. 낡은 공장 지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유하준은 미리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 그의 손에는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소형 EMP 장치와 통신 교란기가 들려 있었다.

공장 내부는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멈춰 서 있었고, 먼지가 가득했다. 적막감 속에서 그들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때,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걸어가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오셨군요, 김도윤 검사님. 그리고 유하준 군.”

남자의 목소리에 유하준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남자의 주변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 신호를 감지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마치 그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았다.

“당신들은 누구지? 어떻게 우리를 알고,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 김도윤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남자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당신의 능력이 세상에 드러날 때를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지금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남자의 말에 김도윤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들은 정말로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고통까지.

“당신의 능력은 단순한 잔류 사념 읽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에테르 링크’입니다. 과거 아버지께서 연구하셨던 ‘프로젝트 에테르’의 최종 결과물이죠. 당신은 ‘링크’입니다. 모든 정보와 감각을 동기화하는… 진정한 의미의 초감각자입니다.”

남자의 말은 김도윤에게 충격과 함께 혼란을 안겨주었다. ‘에테르 링크’? 자신의 능력이 아버지의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꿈속에서 들었던 '에테르', '잔류'라는 단어들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듯했다.

“우리 조직은 당신의 능력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고통은 능력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안정화시키고, 나아가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됩니다.”

남자의 제안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김도윤은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고 싶었다. 이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대신… 우리와 손을 잡으십시오.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십시오. 우리는 당신의 정의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진실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남자는 김도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듯했다. 유하준은 김도윤의 팔을 잡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형! 조심해야 해요! 이들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김도윤의 시선은 남자의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능력의 안정화'와 '고통의 끝'이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의 능력은 그를 파멸로 이끌고 있었고, 경찰은 그를 쫓고 있었다. 이 미지의 존재들은 유일한 희망처럼 보였다.

“우리는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것입니다. 안전한 은신처, 치료, 그리고 당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까지. 당신은 더 이상 도망자로 살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남자는 김도윤의 가장 깊은 욕망을 건드렸다. 김도윤은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빛은 흔들렸다. 유하준은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형이 이 유혹에 넘어갈까 봐 두려웠다.

그 시각, 강재혁 경감은 김도윤과 유하준의 예상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낡은 공장 지대 인근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유하준의 통신 기록에서 감지된 미세한 신호가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경감님! 공장 내부에서 미세한 전자기기 교란 신호가 감지됩니다! 유하준이 통신 교란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도윤과 함께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재혁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전원 투입! 공장 내부를 포위하고, 김도윤과 유하준을 체포한다! 그리고 그들과 접촉한 미지의 존재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여라!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경찰 특수 기동대원들이 공장 외부를 포위하고 내부 진입을 준비했다. 강재혁은 자신의 권총을 빼들고 대원들의 선두에 섰다. 그는 김도윤의 능력이 어떤 위험한 조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장 내부에서, 김도윤은 여전히 미지의 남자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의 손은 남자가 내민 손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그때, 멀리서 희미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었다. 강재혁이 그들을 쫓아온 것이다.

남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경찰이군. 생각보다 빠르군. 시간은 없습니다, 김도윤 검사님. 선택하십시오. 우리와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이 고통 속에서 경찰에게 잡혀 영원히 구속될 것인지.”

김도윤의 시선은 남자와 유하준,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사이를 오갔다. 그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었다. 그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어둠 속의 손길을 잡고 미지의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이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다시 경찰에게 잡힐 것인가. 그의 선택에 따라 그의 미래가, 그리고 세상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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