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이 집에서 너랑 겨울을 낫다
작년, 모기가 많아 창문을 닫고도 안심할 수 없던 여름.
우린 이 집으로 이사 왔다.
5평짜리 고시원 같은 원룸에서
처음으로 10평 남짓한 투룸 같은 방으로으로 옮겨온 날,
비좁았던 침대를 퀸사이즈로 바꾸고
같이 밥 먹을 작은 식탁도 생겼다.
별거 아니었지만, 우리에겐 작은 기적 같았지.
누군가는 좁다고 했겠지만,
우린 팔 뻗어도 서로 닿지 않는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서로의 짐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좋았어.
그 여름, 모기를 잡느라 밤새 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이상하게도 너는 잘 물리고, 나는 멀쩡해서
나 몰래 긁어대던 너를 보면
괜히 미안해서 얼음팩을 들고 다녔었지.
그렇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다.
그 겨울은 유난히 길었고, 추웠다.
그 계절을 우린 이 집에서 함께 버텼다.
불 꺼진 방, 창문이 커 찬바람이 들어와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해졌던 그 순간들이 아직도 선명해.
그리고 지금.
다시 봄이 왔고, 또다시 모기가 날아다닌다.
이젠 창문마다 방충망도 달고, 커튼도 걸고,
집엔 너의 물건들로 가득하다.
칫솔 두 개, 옷걸이에 나란히 우리 옷
발냄새 제거 샴푸까지
몇 해를 함께했고,
그 사이 수없이 다퉜고, 화해했고,
큰 사건도, 작은 눈물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너는, 내 옆에서 자고 있다.
요즘 너 참 힘들어 보여.
일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고, 네가 혼자 안고 있는 게 너무 많아 보여.
눈썹 사이 깊어진 주름, 말수 줄어든 너,
무겁게 숨 쉬는 네 등을 볼 때마다
가끔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느새 이렇게 너를 바라보는 내가 되어 있었다.
예전엔 네가 날 챙겨주던 시간이 더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더 바라보는 것 같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네가 정말 괜찮아지길 바란다.
나는 아직도
우리가 함께한 그 겨울을 떠올린다.
너랑 견딘, 그리고 너랑 지나온 계절.
지금 내 옆에 이렇게 누워 있는 너.
이 집에서 너랑, 또 한 계절을 나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봄도 여름도, 그리고 다시 올 겨울도—
같이 있자.
함께 버티고, 함께 따뜻해지자.
그렇게 우리,
매년 더 단단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