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이겨낸 걸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는 공황장애를 이겨낸 걸까?
어릴 때부터 그랬다.
심장이 이유 없이 뛰고,
숨이 막히고,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기분.
멀쩡히 있다가 갑자기 구토가 올라오고,
세상이 갑자기 낯설고 커지는 순간들.
그게 공황이라는 걸 난 몰랐다.
단지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예민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정말 괜찮아진 걸까?
…아니.
여전히 나는
사람이 무서워질 때가 있다.
내 감정을 무시한 채,
자신의 마음만 들이밀던 남자.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튕긴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만지고, 턱을 쓰다듬고,
자꾸 “귀엽다”고 웃던 사람.
결국 한 번은 만나서 확실히 말하려 했다.
그날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그냥 오늘 같이 있고 싶어.
너네 집 가자.”
내가 아무리 말려도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공기조차 무거워졌다.
내 ‘싫어’라는 말이 아무 힘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숨이 막혔다.
우리는 함께 일하던 사이였다.
그게 가장 괴로웠다.
도망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나는 또 내 감정을 삼켜야 했다.
그날의 나는,
다시 어린아이처럼 심장을 잡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공황은 그렇게 다시 내게 돌아왔다.
이겨낸 게 아니었다.
그저, 자주 나타나지 않을 뿐이었다.
이제는
그 감정이 찾아왔을 때
조금은 알아볼 줄 알고,
조금은 숨 쉴 틈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공황을 이긴 게 아니라,
그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