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안정
아빠가 떠난 후,
아이러니하게도 집엔 처음으로 ‘안정’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엄마는 예전보다 덜 예민해졌고,
그토록 자주 터지던 분노도 점차 사라져갔다.
나는 그런 엄마의 변화를 보며,
내 안에 있던 불안도 조금은 가라앉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아빠의 빈자리를 보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그 자리를 대신 채워야 할 것만 같았다.
누군가는 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고,
그게 내가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때부터 또 다른 불안이 시작됐다.
나는 점점 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내 이름으로 번 돈인데도 내 돈 같지가 않았다.
내가 쓴 돈은 늘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먹을 것, 생활비, 병원비…
내 몫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족을 지키는 역할을 떠맡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고맙다고 해준 것도 아니었지만
그게 당연한 일처럼 살아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29년 동안 그 집에 있었다.
그 모든 걸 나는,
집을 떠나와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아, 나는 집에서 살아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구나.
그 집에서는 나 자신이 존재할 수 없었구나.
진짜 나로 숨 쉴 수 있으려면,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