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배신
나는 항상 불안했다.
불안정했고, 상처입었고, 우울했다.
하고 싶은 말은 자꾸 목구멍에 걸렸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 속에서 나는 천천히 무너져갔다.
자존감은 바닥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가족을 사랑했다.
아빠가 나를 배신하기 전까지는.
아빠는 우리 가족을 버렸다.
다른 여자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 무너졌다.
엄마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을 때,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엄마를 붙잡고 진정시켰다.
나는 늘 어른처럼 행동했으니까.
이혼소송 마지막 날,
엄마를 따라 법원에 갔고,
기다리는 건 결국 나 혼자였다.
차가운 복도에 혼자 앉아, 조용히 끝을 기다렸다.
모든 절차가 끝난 뒤,
아빠가 다가왔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내민 손.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결국 그 손을 잡았다.
화가 났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딸인데, 그는 마치 나를 남처럼 대했다.
그 말도, 그 악수도… 전부 낯설고, 차가웠다.
나는 그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이 손을 잡는 건 마지막 예의일 뿐이라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그날, 나는 아빠의 손을 잡았고
그와 함께, 우리 사이의 마지막 끈도 끊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