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의 계절

4- 제니, 너는 누구니

by 너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나를 우습게 보면

나는 더 생각하지도 않고 관계를 끝냈다.

미련 없이.

돌아서서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이 힘들어하면서도

계속 만남을 이어가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하냐고,

왜 그만두지 못하냐고,

그렇게 나쁘게 군 사람을 왜 계속 사랑하냐고.

나는 그게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겪기 전까지는.


처음엔 아니라고 생각했어.

우연일 거라고.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설마 너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계속 속였다.


그러다 어느 날,

너의 노트북 화면이 열려 있었고,

카톡창 알림이 떠 있었다.


‘제니’

처음 보는 이름.

그 이름 위로 네가 쓴 말들이 떠 있었다.


처음엔 손끝이 떨렸고,

그다음은 숨이 막혔다.

심장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


몇 번을 눈을 깜빡이며 다시 봤다.

혹시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서.

근데 아니더라.

그냥… 내가 몰랐던 거더라.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모르고 싶은 쪽을 택했던 거야.


너는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있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이름을 마음속에서 되뇌기만 했다.


제니, 너는 누구니.


너에 대해 묻고 싶었다.

너와 그 사람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언제부터였는지,

그때 나와 함께 있을 때도 그랬던 건지,

수많은 말들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입술은 굳은 채 열리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그 질문을 꺼내는 순간

우리는 정말 끝일 것 같았으니까.


나는 아직 너를 좋아하니까.

나는 아직, 너무 많이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묻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모른다.

제니가 누구인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너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계속 너를 보고 있다.

용서하지 못한 채로

아직 사랑하고 있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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