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뭐니해도 돈이

by U의 책장

신기한 꿈을 꿨습니다.

구름 속에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먼 친척이 나타나서는,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해 주는 꿈이었죠. 그리고 꼭 안아주더니 제 귓가에 이렇게 말해 주시더라고요.

"8, 11, 25..."

잠에서 깨어난 순간, 드는 생각은 딱 네 글자.

"개 꿈 꿨네."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 하면서도 그 네 글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복권 번호 점지해 주는 꿈이 나쁜건 아니잖아요. 당첨 되면 대박이고, 아니어도 그냥 헛웃음 짓고 넘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괜히 기분이 씁쓸했던 건, 이런 꿈을 꿀 만큼 제가 평소에 돈을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아서겠죠.


사실 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죠.

다들 좋아하는 것에 돈 쓰기 전에 지갑을 열어보며 한숨 쉬고, 배달앱을 켜기 전에 이번 달 배달횟수를 체크하고는 하죠.(칼로리 체크가 우선이지 않나 싶지만...)

일을 하면서도 '돈 때문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은 늘 따라붙기도 하구요.

게다가 살면서 마주하는 꽤 많은 문제점은 보통 돈이 충분했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가 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는 말은 종종 "거의 대부분이긴 하지"로 들리곤 하죠.

저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자기 전에 통장잔고를 보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꿈에 그 한숨이 섞였나 봅니다.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졌으면 했거든요.


어린 시절, 돈 이야기만 하는 어른들이 참 재미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나만의 세계에 골몰하던 것을 멈추고 현실을 마주 봐야 했거든요. 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저도 그런 재미 없는 어른이 되어 있더라고요.

미안해, 어릴 적의 나.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그렇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통해서 나만의 세계에서 꺼내준 것 같기도 해요.

돈은 사회와 내가 소통하는 일종의 언어였던 셈이죠.

남들에게 내 말을 전달해야 하는 이유도, 그리고 남들에게 공감하는 재미도 그 언어를 통해서 배운거니까요.


그래요. 돈은 나쁘지 않지요.

언어로 남을 속일 수 있다고 해서 언어가 나쁜 것은 아니듯이요.

결국 이 돈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그리고 그걸 통해 어떻게 나아가느냐가 중요한 거구요.

저는 아직 돈이라는 언어가 서툰 초보자입니다.

이걸 배워가는 과정이 힘들고 재미없기도 하죠.

하지만 그걸 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어요.

재미없다고 선을 그어버리면 사는 거 자체가 재미가 없어질 테니까요. 우리는 결국 다, 재밌게 살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당장 돈이 부족할 때에는 돈이 미운건 별 수 없네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데, 여전히 방법이 안 보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다시 생각 해 봐야겠어요.

어디보자... 친척분이 번호를 뭐라고 말해주셨더라...

8, 11, 25... 아... 그 다음이 뭐였더라...

두 개만 더 불러주시지... 아니 세 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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