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지 못한 것에 대하여
주말이 되자 또 두통이 찾아왔습니다.
그 날은 유난히 갑작스러웠지만, 생각해 보면 늘 이맘때 쯤 찾아왔던거 같아요.
저는 잔병치레가 잦은 편입니다. 편두선이 자주 붓고, 감기는 잊을만하면 돌아오죠.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찾아오는 건, 이름 모를 두통입니다.
목 뒤가 당기기 시작하면 며칠씩 두통이 이어지고, 병원에 가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 그냥 진통제를 먹고 이 악물고 버티게 되죠.
자주 아프다고 익숙해지진 않더라구요. 고통은 늘, 그저 견디는 거니까요.
특히 갑자기 찾아오는 고통은 계획을 전부 망쳐버리고, 일의 능률도 떨어트립니다.
그런데, 누워 있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 두통일까?
사실 그 전부터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요. 기운이 안 나서 운동도 안 나가고, 일에 집중도 안 되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컨디션에 이상이 있다는 사인은 명확하게 보이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그걸 무시한 거구요.
'신경 쓸 틈이 없었다'는 식의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그냥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거겠죠. 아주 잠시만 컨디션을 체크해봐도 알 수 있는 점이었으니까요.
예전에 읽은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어요.
환자들 때문에 항상 붐비는 병원에서, 병실 하나를 통째로 비우라는 솔루션을 받았다고 합니다.
의심하면서도 원장은 그대로 수행을 했고, 놀랍게도 전체 병동 운영이 더 원활하게 되었다고 하죠.
그 병실 하나 정도의 여유가 환자를 수용하는 방식을 최적화 한 겁니다.
머릿속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집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욱여넣기만 했다간, 안에 넣은 물건들조차 정리하지 못하죠.
정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간이 필요해요. 비워야 보이고, 비워야 정리되죠.
어쩌면 이 두통도 비우지 못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참에 저도 생각해 보려 해요.
혹시 내 방이 너무 꽉 들어찬 건 아닐까요?
이 중에서 덜어낼 수 있는 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방 안의 물건이건, 마음속의 부담이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