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행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저 역시 잊을 만하면 한 번쯤 여행을 떠나곤 하거든요.
일상에 지쳐있을 때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경치를 한번 둘러보고 오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주니까요.
그런데, 며칠 전 일본 여행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일본 여행을 빚내서까지 170번 갔다 왔는데 이제 더 이상 못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 글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일본 여행 자주 가면 향수병 걸리니 쉬엄쉬엄 갔다 오세요'
향수...병? 여행을 가서...? 여행지에 대한 향수병이라고?
우리는 모두 마음 속 어딘가에 안식처를 하나쯤 품고 살아갑니다.
그게 가정일 수도, 공상일 수도, 아니면 영화나 취미일 수도 있지요.
사람들은 그런 공간을 종종 이렇게 부르기도 하죠.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해 보면, 일본 여행이 누군가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그 사람이 편안하고, 해방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행은 돌아와야 비로소 여행이 된다는 사실이에요.
아무리 위로가 되는 안식처라도 계속 머물 수 없으면 결국 고통이 됩니다.
'여행 간 상태'를 지속하려는 마음은, 어쩌면 무지개를 손에 넣으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가까이 가 볼 수는 있지만 절대로 닿을 수는 없으니까요.
170번 여행을 떠났어도 결국 170번 다 현실로 돌아와야 해요. 그 사실을 거부하면 도피가 되니까요.
그 글을 본 뒤, 저도 조용히 인터넷 창을 닫았습니다. 마치 저도, 눈 앞의 할 일에서 도피해서는 카페를 구경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행 카페는 필요할 때만 잠깐 들여다보는 걸로 충분하겠죠. 평소에는, 미래에 있을 여행을 조용히 상상하며 눈 앞에 쌓인 과제 하나씩 처리해야 하니까요.
일도, 마음의 휴식도, 전부 지속 가능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하는 행위니까요.
으... 그런데 진짜 할 일이 엄두가 안 나는데 어떡하죠?
아, 그래. 일단 청소부터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