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은 스포츠

by U의 책장

저는 농담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가끔은 자제하란 말도 들을 정도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농담은 잘 먹힐 때도 있지만, 외면받는 경우가 더 많죠.

아니, 호응이 없는 정도를 넘어 재미 없다고 구박 받는 경우도 있어요.

이 부분이 중요한데요, 기왕 말하는 김에 제 비기를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재미 없다고 구박 받을 때 일부러 억울함을 호소해 보세요. 구경하고 있던 사람도 한마디씩 거드면서 상황 자체가 재미있어 질테고, 망한 농담은 잊혀질거에요.

약간의 희생은 감수해야겠지만요. 그러니까... 구박 당하는 설움같은 거?


일본의 전통적인 만담은 바보 역할인 보케와 태클 역할인 츳코미로 역할을 나누어 극을 진행합니다.

보케가 바보같은 말을 하면 츳코미가 답답해 하면서 바보소리를 지적하는 것을 반복하는 농담이죠.

보케와 츳코미는 역할이 나눠져 있지만, 결국 둘 사이의 리듬과 호흡이 핵심입니다.

즉, 농담도 결국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점에서 관계의 기술인 것이죠.


그런 면에서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표현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공감대가 없다는 의미니까요. 누군가는 제가 했던 농담도, 그 뒤에 나오는 억울함도 재미 없게 느낄 수 있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담을 던지는 것은, 마치 상대가 있기를 바라며 어둠 속으로 서브를 날리는 스포츠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받아쳐 주는 사람이 없어도, 누군가는 받아쳐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사실, 농담 때문에 구박을 받을 때도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진짜로 이해 받지 못하는 농담이라면 그런 반응조차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무심코 농담이 나오는 것은 저 또한 공감대를 갖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솔직한 이야기는 이해해 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상대가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지, 마치 얼어버린 호수 위에 발을 딛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확인 해 보는 거죠.

그리고 아무튼 반응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고요.


아 맞다, 썰렁한 농담을 무마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너무 자주 농담하고 구박 당하다보니 남들이 농담할 때도 제가 바보같은 농담만 하는 사람의 대표로 인용 당하더라고요.

한두번 반발도 해 봤는데 제가 한 말이 있어서 어떻게 무마도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반응도 사람들이 저를 이해한 결과인 걸까요?

바보같은 농담만 하는...거 맞긴 한데... 그래도 뭔가 억울한데...

어쩌면 농담은, 누군가가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의 엉뚱한 표현일지도요.

이게 정답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도 가볍게 서브를 날려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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