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머 중에서 스스로를 별명으로 3인칭화 하는 친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안 어울리게 귀여운 말투 쓰고, 자꾸 과도하게 컨셉을 잡고 말을 하길래 참다 못해서 물어 봤는데, 친구의 대답이 걸작이었다고 해요.
"이래야 내가 살아"
그 말에 압도되어서 그 뒤로는 태클을 안 걸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걸로 끝났으면 좀 특이하네 하고 말았을 건데, 반응이 재밌더라고요.
'나도 화날때 공주한테 무엄하다 완전 짱나거늘 하니까 해소 되더라'
'심란할때 내가 너무 귀여운 탓이라고 하면 좀 낫더라'
등등 실효성에 대한 증언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냥 농담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통하는 방법이라는 거죠.
재밌지 않나요? 자신을 다른 사람인 양 컨셉을 잡고 말할 때 기분이 나아진다니.
농담은 사람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죠.
아무리 허무맹랑한 농담이라고 해도, 농담은 그 자체로 머릿속을 환기해주는 기능을 하니까요.
당면한 문제에서 살짝 눈을 돌려, 조금의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사실, 그거 말고도 농담의 효과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농담이 아니면 하지 못할 말을 농담이라면 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귀여운척, 공주병... 이런 컨셉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한 가지 뿐입니다. 이쁨 받기죠.
귀여운 아이나 공주 둘 다 이쁨받아야 마땅한 존재니까요.
그렇다면 이 컨셉이 목표로 하는, 그리고 농담에 섞어서 표출하고 싶은 주장도 정해져 있습니다.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던 거에요.
'나는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데, 세상이 그렇지 않다.'
세상에 무시 당해온 외침이 농담으로 승화되어 있는 겁니다.
이렇게 보니, 저도 스스로를 충전시키기 위해 비슷한 농담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럼 한 번 해 볼까요? 자, 세상이 힘든건 내가 귀... 귀...
음... 못하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 먹고 스스로 귀엽다고 말하기가 많이 부끄러운 걸.
대신 저는 안 귀여우면 어때?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기로 했습니다.
사람 각각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자격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에게도 제가 대신 말해 드릴게요.
여러분은, 그저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고.
귀엽건, 귀엽지 않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