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수필집에서 '작가는 할 말을 제 때 다 못해서 나중에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라는 뉘앙스로 말한 바가 있습니다.
유명한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 나스 키노코도 작 중 인물의 입을 빌어 '작가란 자는 현실이 마음대로 안 풀렸기 때문에 펜을 놀릴 수밖에 없었던 바보의 총칭'이라고 한 바가 있지요.
많이 동의하는 바입니다.
뒤늦게 '이거 이렇게 이야기 할 걸!'이라거나, '아 말해야 하는 거 빼먹었다!'같은 생각이 들면, 그건 전부 마음 속의 아쉬움으로 남거든요.
그리고 그걸 누군가에게 말해버리고 싶어지는 거죠.
이런 응어리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게 되는 거니까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물론 있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게 그 증거 아니겠어요?
AI가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AI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있죠.
능숙하지 못해서, 시간이 걸려서 창작에 뛰어들지 못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하고 싶은 말을 AI 노래로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 깊던 가사가 있어요.
*그래 사랑조차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서 그 무엇이 영원을 말할 수 있으리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으니 사라질 운명 그저 감사할 뿐*
'모든 것이 덧없다'는 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유행을 타고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계속 남는 가사가 되었지요.
그리고 나중에 이어진 노래에 마치 화답처럼 들리는 가사가 있었지요.
*우리의 시간이 언젠가는 덧없는 꿈처럼 바스라질지라도
우리는 찰나의 시간을 영원히 노래하네*
사랑에 대한 가사였지만, 창작도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어떤 찰나의 기억을 되풀이하고 있죠.
어떤 좋은 순간, 혹은 어떤 나쁜 순간이 남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에요.
창작이란, 어쩌면 그 찰나의 순간을 박제하기 위한 것 아닐까요?
범람하는 AI노래 중 하나일 뿐인데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 곡을 만든 누군가도, 표현하고 싶은 찰나가 있었을 거라고.
그리고 그것이 울림을 준 순간, 이미 그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게 되죠.
창작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들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순간이 있을 거에요.
그래서, 표현할 방법이 생겼을 때 마치 탄산이 올라오는 콜라처럼 표현이 솟아 오르는 사람들이 있는 거고요.
제가 인상깊게 봤던 AI노래를 만든 사람도, 분명 그런 표현이 올라왔던 거겠죠.
여러분은 표현하고 싶은 찰나의 순간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