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이에요,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아니, 이렇게 말하면 조금 처연하게 느껴지는군요. 소설가가 되지 못한 것에 처연하고 간절한 좌절이 있진 않습니다.
그냥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몇 번 써 봤고, 낙선하거나 무관심에 익숙해질 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연재를 중단하는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그저 그것이 끝입니다.
...좀 슬프긴 하군요.
아무튼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진 못하는 좌절을 반복적으로 겪다보면 이상한 환상이 생깁니다.
'이거만 이루면 더 이상 걱정이 없을 거야.' 라는 환상이죠.
반복되는 좌절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여튼 저는 소설가가 되면 걱정이 없을 거 같다고 생각했고, 일단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진학한 대학교에서도 대학교 커리큘럼을 완수만 하면 알아서 취직이 되고 먹고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취직만 되면 그 뒤로는 계속 먹고살 걱정 없을 줄 알았지요.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지금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 가를 고민하고 있답니다.
어떤 위치에 있어도 문제는 있어요.
돌이켜보면, 소설가는 항상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팔리는지 걱정을 해야 하죠.
취직하고 나서도 거기서 어떻게 해야 업무를 잘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고요.
목표를 달성하면 자신을 가로막는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환상은, 늦건 빠르건 깨질 운명인 거에요. 서글프죠.
목표를 완전무결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을 회피하게 만들어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노력하지 않거나, 혹은 노력했다는 환상에 젖게 만들죠.
제 경우에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한 정보 수집을 게을리하고, 독자층도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막연히 오늘은 몇자 썼다며 스스로를 위로 했을 뿐이었죠.
내 걱정을 해결해 줄 '소설가'로서의 점핑을 바라는 마음이 만든 어리석음이었던 겁니다.
소설가가 되어도 항상 걱정하면서 살텐데 말이죠.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도 나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자, 반대로 그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런 실력을 갖추게 되기까지의 노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분명 나랑 다를 것이 없는 단계에서 저기까지 노력해서 올라갔을 거니까요.
동시에 가진 것도 없이 바로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가 무모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한 노력을 날로 먹으려 들었던 것이 부끄러웠죠.
에고에게 잡아먹힐 뻔 했던 거에요.
대학교 졸업할 때 쯔음, 형이 술을 한 잔 하면서 해 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 직업 모두 별 거 아냐.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어 임마."
그 때는 그냥 단순한 격려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별 거 아닌 사람들이 이룩한 거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걸요.
그렇기에 별 거 아닌 나도, 오늘을 쌓아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