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우리 아빠처럼 말하고 있네

by U의 책장

어린 시절 듣던 잔소리는 왜 이렇게 다 뻔했던 걸까요?

진짜 끝도 없이 잔소리를 듣곤 했죠. 물론, 듣고 행동한건 거의 없었죠.

당연하죠. 잘 하고 있는데 잔소리 하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이제 어른이 되었죠.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친구들도, 슬슬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어릴 때 들었던 잔소리를 그대로 하고 있다'라고요.


유명한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에서 토니 스타크가 피터 파커를 혼내다가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있죠.

'맙소사, 우리 아빠처럼 말하고 있네.'

이 장면을 의미깊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잔소리를 듣던 사람이 나중에 커서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 된다.

이 과정 자체가 사람이 성장하는 통과 의례같은건가봐요.


불교에서는 진리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하죠.

많은 철학자들도 언어로 전달되는 의미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표현 수단인 언어로서 생각을 남길 수 밖에 없죠.

전달되지 않는다고 표현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잔소리를 하던 부모님도 그 잔소리가 안 먹힐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말씀하셨을 거에요.

만에 하나 바뀔지도 모르니까.

만약에 바뀌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 잔소리가 기억날 지도 모르니까.

언어가 온전히 전달되길 바라는 것은 마치 벽에 알을 던지는 듯한 막연한 이야기지만 그걸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표현이라는건 늘 '제대로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일이죠.

철학자들 말처럼, 언어는 진리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언어의 내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저렇게 표현하길 연구 하는 경우도 있고, 언어를 넘어서 그림이나 조각, 혹은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사람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죠.

자신만의 생각을 보다 효과적으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르죠.


저도 종종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꼰대가 되어가나봐요.

그런 기분을 느낄 때면, 내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좋아하는 표현이나 작품을 생각하며 단순한 잔소리보단 더 좋은 표현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 보곤 합니다. 보통 효과는 없지만요.

그래도 내가 듣기 싫었던 말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담겨 있던 작품을 추천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라고 잔소리하면 좋은 작품이라도 보고 싶지 않아요.'

네. 뭐든지 듣기 싫으면 잔소리가 되는 법이죠.

그래도 더 좋은 표현이나 작품을 찾으면 누군가에게는 닿을거란 기대를 계속 붙잡고, 그저 고민을 이어나가는 수 밖에요.

아직은 갈 길이 먼가 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별 거 아니어서 대단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