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유머 글 중에 아이스크림 자랑하는 사람의 글이 있었습니다.
'3900원짜리 베라 블랙소르베맛 맛있다'. 라고 적혀 있는 글이었는데, 거기 연속으로 달린 댓글 세개가 가관이었습니다.
'얼마임?'
'어디서 샀음?'
'무슨 맛임?'
보면서 일부러 합을 맞춰서 농담한 것이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제발. 이게 농담이 아니면 사람에 대한 신뢰를 내려놓게 될 거 같았어요.
하지만, 가만히 고민해 봤는데 반대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로 저게 일어나지 못할 만한 일인가?
누군가가 읽어줄 것을 전제로 하고 글을 쓰다보면 항상 대상 독자부터 고민하게 됩니다.
제가 괴발개발 써도 다 이해해주는 '이상적인 독자'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대부분은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곱게 써도 열에 하나만 이해해주곤 합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말을 거는지, 그 사람이 어디까지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을 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접하는 아주 많은 예시는 이 독자층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정보가 본문에 다 있는데도 물어보는 댓글을 보고 남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본문 내용을 안 읽는 정도면 양반이지, 대체 뭘 어떻게 읽은 건지 모를 내용을 가지고 와서 따지는 사람도 가끔 접할 수 있죠.
그런 사람을 몇 번 겪으면, 결국 독자들에 대한 기대 자체를 바닥에 내팽개치게 됩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말하는 거죠. 자... 이건 이유식이야. 글로 만든 이유식. 이제 너는 하나 하나 독자들에게 꼭꼭 씹어서 먹여줘야 해...
하지만 그런 사람이 전부는 아니지요.
물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은 모범적인 태도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은 말 없이 이미 제 글을 이해 해 주고 있더라고요. 진솔한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을 해 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신을 돌이켜 보니, 어쩌면 '모두에게 잘 전달 되어야 한다는'생각에 사로잡혀 반대로 표현에 제한을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작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한데 말이죠.
이영도 작가님은 눈물을 마시는 새 팬픽 공모전의 감상평에서 이렇게 말 한 적이 있습니다.
'삼가 아뢰옵건대 글을 쓰시려거든 글을 믿으세요.'
스스로의 글에 확신이 없다면 타인을 매료시킬 수도 없다는 골자의 평이었습니다.
글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그렇지요. 나는 남이 온전히 이해할지 알 수 없어요.
그저 제대로 이해 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 믿고 던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걸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스스로를 믿고, 그리고 스스로의 글을 믿고 써내려가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한 휴식 정도겠지요.
생각은 잠시 쉬고, 잠시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마저 써내려가기로 합니다.
그래요. 3900원짜리 베라 블랙소르베맛 맛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