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항상 나오는 농담이 있습니다.
에어컨을 만든 윌리스 캐리어를 신격화 하며 추앙하는 농담이죠.
요컨대, 윌리스 캐리어가 에어컨을 만들지 않았다면 이 무더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라는 논조의 농담따먹기인 겁니다.
그리고 이 농담은 여름이 끝나자마자 윌리스 캐리어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면서 손바닥 뒤집듯이 비난하는 것으로 완성되고는 하죠.
농담으로 하는 말이긴 하지만 꽤나 뼈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에어컨의 존재는 생산성 및 산업 구조 등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준 것이 맞으니까요.
에어컨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고요.
윌리스 캐리어가 없었으면 당장 식재료 조달부터 엄청나게 큰 일이 되었겠죠.
그런 에어컨을 25살에 발명한 캐리어는 신은 아니더라도 천재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에어컨을 발명한 그 시기는 20세기 초. 미국도 여유가 그렇게 많은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에어컨이 빛을 본 것은 윌리스 캐리어가 사망한 이후였지만, 그 사이 윌리스 캐리어는 꾸준히 에어컨을 발전시키며 공기 조화 장치를 발명 하는 등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자신의 발명품의 가치가 세상에 정당하게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나아갔지요.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의 사후에라도 우리가 아는 그 영향력을 보여 줄 수 있게 된 것이고요.
새삼 윌리스 캐리어의 인생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정도로 뛰어난 천재도 언제나 고민과 노력을 해 왔는데, 사는데 고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어찌보면 오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고민은 피할 수 없고, 그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지 결정하는 게 전부라는 거죠. 나머지는 그때 그때의 고민을 헤쳐나가면서 이 고민 또한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걱정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도 자기만의 걱정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한창 덥다가 갑자기 습해지니 더위가 한풀 꺾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간만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더니, 여전히 후덥지근한 공기가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이번엔 반대로 끈적끈적하고 불쾌지수가 차더라고요.
다시 에어컨을 켜고, 으레 그래왔듯 캐리어에게 고마워하는 시간을 잠시 가지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캐리어씨. 당신이 평생을 바쳐서 고민한 이 기계 덕에 여름을 날 수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