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같은 쓸데없는건 왜 하는건지

by U의 책장

산책, 좋아하시나요? 어린 시절의 저는 그걸 왜 하는지 도통 이해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산책하자고 말씀하시면 그냥 따라나갔을 뿐이었죠. 몰랐어요. 왜 그렇게 매일 산책을 하고 싶어하시는지. 하지만 산책하며 들려주시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좋아했어요. 어머니께서 산책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셨거든요. 여기서 배드민턴 하면 좋겠다며 경치 감상을 하시고, 다음날에는 정말로 배드민턴을 하러 가는 등,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이야기같이 느꼈던 기억이 있네요. 이런 이야기가 어린 저에게는 산책의 첫 의미였습니다.


요즘 저는 자발적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걷다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감각이 좋거든요. 복잡하게 쌓인 일을 처리할 때는 손에 잡히는 일도 없다는 걸 자주 경험했거든요. 해야 할 일이 뒤죽박죽일 때는 산책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말 없이 걷는 일은 저에게도 필수적인 정리법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매일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저는 가끔 다른 길을 가고 싶어했지요.

돌이켜보면, 이 차이는 서로 산책을 하는 이유가 달랐기 때문이었어요.

어머니에게 산책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고, 저에게는 조금씩 달라지는 세상을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니까요.

서로 다른 풍경을 기대했다는 것을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살다보면 같은 것을 이야기 해도 마치 차가 공회전 하듯 대화가 공회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서로 상대가 틀린 걸까요? 어머니와 어린 시절의 제가 산책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어느 한 쪽이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서로 다른 시선에서 말하고 있을 뿐이죠. 그걸 생각하지 못해서, 우리는 종종 서로를 오해하는 것일 테구요.


다음에 어머니를 찾아 뵐 때는 배드민턴 하자고 해 볼까 합니다. 산책은 몰라도 배드민턴은 같이 재밌게 즐겼던 기억이 있거든요. 서로 완벽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분명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있는 거에요.

완벽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우리가 맞물리는 순간-

어쩌면, 그게 대화의 진짜 시작이 될 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과 서로 맞물리는 이야기를 찾아 내서 상대를 이해해 본 경험이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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