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논쟁

by U의 책장

"케이크에 과일 있는 건 별로..."

이 한마디가. 한참 동안 이어질 논쟁의 불씨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떠드는 단체 채팅방이 있는 분, 꽤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채팅방이 몇개 있어요.

며칠 전에 그 채팅방 중 하나에서 어떤 케이크를 살까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한 친구가 빵집 방문했는데 다양한 케이크가 있다며 각자 취향 말해보면 취향을 최대한 취합해서 사 보겠다고 했죠. 그래서 개인적인 취향으로 과일이 들어간 케이크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그런데 다른 친구가 이런 대답을 한 거에요.

"과일 없는 케이크는 거의 없지 않아?"


좀 이상하다고 느껴서 과일 없는 케이크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고 대답했고, 친구는 또 과일 없으면 지나치게 심심할거 같다고 대답했죠. 이해가 안 돼서 계속 반박을 해 봤습니다. 친구도 계속 대답을 했구요.(그 와중에 케이크 취향을 조사하려던 친구는 아무런 조사도 못하게 되어버렸구요.)

그리고 이 케이크 논쟁의 결론은, '둘 다 옳다'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냐면, 간단합니다. 애초에 둘 다 기준을 잘못 잡고 있었거든요.

저는 케이크라고 하니 치즈케이크가 먼저 떠올랐어요. 며칠 전에 치즈케이크를 먹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최근 경험이 떠오른거죠.

반면 친구는 케이크라고 하면 생크림케이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다른 케이크를 상정조차 안 했을 정도로.

치즈케이크는 과일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고, 생크림케이크는 과일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훨씬 많죠. 서로 범주를 너무 좁게 잡고 있어서 생긴 문제였던 것입니다.


간단한 케이크의 이야기에서도 이렇게 이해가 달라질 수 있는데, 훨씬 복잡한 문제에서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걸 위해 똑똑한 사람들이 어려운 단어를 개발하고, 단어의 뜻을 자기 글에서 새로 규정해서 쓰고, 수많은 책을 냈지만, 그런 똑똑한 사람들을 보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밥먹고 할 짓 없어서 궁상이나 떠네.'

우스운 일이죠. 이해를 위해 고민한 결과가 이해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하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의미한 걸까요? 모두의 취향을 맞춰서 케이크를 사려던 친구에게 고마운 감정이 든 것은 거짓이 아닐 겁니다. 반대로 서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노력이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발버둥치다가 도달하는 한 순간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는 걸지도 모르구요.


음... 다시 한 번 생각하니, 그냥 주는 대로 먹는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뒤로 검색해 봤는데, 치즈케이크에도 과일 넣은거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구요. 그래요. 말은 많았지만, 그 때 중요한 건 그 친구가 케이스 사다줬다는 것 아니겠어요?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 핵심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