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건 사랑니건, 결국 아픈건 같지요

by U의 책장

어느날 갑자기 어금니가 시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좀 피곤했기 때문에 피로감에 나타난 증상이겠거니 했지만, 갈수록 어금니가 심하게 시려왔어요. 역시나 피곤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물 마시기도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증상이 심해져서 치과를 찾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어릴 때 충치가 나서 금으로 때웠던 자리였어요. 때웠는데 또 다시 돈이 나간다니. 돈이 두 번 나간다는 생각에 양치를 열심히 할걸 하는 후회가 들었죠.

진단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어금니 자리가 시리다고 착각한 거지 충치가 생긴 것은 사랑니였습니다. 그리고 사랑니와 어금니 사이에 단차가 좀 있어서 충치 생기기 쉬운 구조라고도 말 해 주셨구요. 다행입니다. 제가 어린시절보단 양치를 잘 하고 지냈나 봐요.

그런데, 정말 다행일까요?

이상하게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어금니건 사랑니건, 충치라는건 변하지 않지요. 사랑니는 어금니보다 충치 생기기 쉽다거나, 사랑니 뽑는 건 꽤 흔한 일이라는 점이 제 체면을 덜 상하게 만들어 주긴 했습니다. 어금니가 빠지면 여러가지 불편이 있다고도 하구요. 하지만 결국 저는 여전히 이가 시립니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문제의 경중을 따지려고 드는 습관이 있죠. 다른 문제와 비교해서 마주친 문제가 더 심각하면 무게를 더 무겁게 느끼고, 반대의 경우에는 더 가볍게 느낍니다.

어금니건 사랑니건, 결국 이가 아픈 것은 같습니다. 어금니인줄 알았던 충치가 사랑니였다고 해서 충치가 사라지는건 아니니까요.

이런 식으로 남들과 비교해가며 나는 별 거 아니라고 그냥 넘겼던 문제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반대로 남들은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는 것에 대해 혼자 억울해 하던 시간들도 떠올랐어요. 어쩌면 너무 비교만 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니를 뽑고 나오는 길에 얼음 팩을 받았습니다. 발치한 자리에 붓기 가라앉히기 위해 자주 가져다 대 두라고 하셨지요. 그 말 듣고 얼음 팩을 볼에다 가져다 대 봐도 그다지 감각이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마취가 아주 단단히 들었나 봐요. 그런데 왜 발치할 때는 그렇게 아팠던 걸까요. 어른스럽게 그냥 누워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손이 움찔움찔 거리던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버린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어린애도 아니지만 여전히 치과 의자는 무섭네요. 네. 이 나이 먹고 충치 생겼다는 말 듣고 이런 길다란 글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는 능력은 여전히 조금씩 늘려가는 중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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