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문턱에 서서

한두번도 아닌데,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by 고오

"또 그만둬? "

과잉성 퇴사 증후군.

친구가 붙여준 나의 별명. 대한민국 기업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를 매번 채우기 어려운 나에게, 핀잔 아닌 핀잔으로 하는 말이다. 퇴사자에게 이유야 수십, 수백, 수천이지만, 듣는 이에게는 다 그저그런 비슷한 이유일 뿐이다.

돈이거나, 사람이거나 혹은 자리의 문제이거나



돈이 안 맞는 경우는 생각보다 쉬웠다. 내 소비를 줄이거나, 행복 회로를 돌리거나, 혹은 돈 많이 주는 곳으로 이직을 노리거나. 임금을 노리는 노동자의 마음은 사실 누구나 다 같은 것이니 거기에 돌을 던질 수 없는 법. "금융 치료"를 통해, 심신을 달래고 영혼을 맑게 하는 방식은 예전 선조들도 많이 해 왔던 방식 아닌가?

이 문제야 말로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 문제라고 여길 수 없을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이직을 하고 싶어서 난리를 치다가도, 지금 직장에서 연봉 500을 올려줘도 조용히 자리에 청소하고 앉아서 열심히 일하는 게 사람이니까.



사람이면, 약간 문제는 달라진다. 학창시절, 싫은 친구는 밥 안 먹으면 되고, 말 안하면 되지만, 싫은 내 부장님과는 말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심지어 웃어주기까지 해야 한다. (삼중고) 뭐 그럭저럭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해도, 한 달에 한두번 절체절명의 순간, 딥빡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인간의 화남에는 한계가 없으니까.

사람으로 던지는 퇴사야 말로 다들 미련하다고 하지만, 이건 돈으로도 자리로도 보상 받을 수 없는 것이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억만금을 주더라도 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싫다며 거절하기 되고, 인간이 인간에게 이 정도의 혐오를 할 수 있는지이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순간이 오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신이 아닌 무지몽매하고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그 사람만 눈에 안 보여도 갑자기 앓던 홧병이 낫고, 두통이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진다. 인사발령이 허준보다 나을 지경.



문제는 바로 세번째. 돈도 사람도 아닌 경우.

노답이지뭐.

갑자기 적성에 안 맞는다며 학창시절 내내 하기 싫던 공부가 갑자기 좋아서 자아실현을 위해 공부를 하겠어요나, 내가 이 일을 하려고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지금 저와 잘 안 맞는 일인 것 같아요 등등의 "자리"와 "나"의 언매칭은 나 아니면 아무도 못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의 피드백이니, 누구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주변 사람들의 공감이나 지지를 얻기도 어렵고, 늙어서 고생이네, 생각이 없네 등등의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감정의 동물이듯이, 이 감정 또한 나 자신만이 알고 있는 문제니까 누군가와 공유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주변의 유사경험이 있어도 나와 동일시 되기 어렵고, 나도 내 모든 상황과 행동 및 목표에 100%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확실한 결정을 하기 전, 매일 매일이 번뇌의 시간)에 가장 마음 고생이 심하고 어려운 케이스다. 필자의 경우도, 세가지 케이스 중 마지막 케이스로 퇴사를 결심한 경우가 많아(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주변의 지지나 격려를 받으면 퇴사를 해 왔디기보다, "니가? 왜? 굳이? 뭐하러??" 등등의 핀잔만 들었을 뿐이다. 해결 방법은 딱 하나. 해 보고 지나가는 수밖에. 그리고 겪고 생각해 보고 성장해가는 수밖에.



돈이든, 사람이든, 자리의 문제든 간에 어쨌든 한 직장을 다니고 그만두고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는 것은 (혹은 아예 일을 그만두는 것은) 내적 스트레스 지수가 연인과의 결별이나 이혼과 유사한 수준(그에 살짝 미치지 못하지만, 미혼자인 나에게는 그냥 비슷하다고 치고 싶다)이라고 한다. 이 브런치의 글은 앞으로 퇴사를 앞둔, 그리고 퇴사를 하고 백수를 할 필자가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과 고민과 어려움 혹은 외로움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원래 인간은 홀로 있을때 외롭고, 둘이 있으면 행복한 것이 아닌, 빡치는 것. 퇴사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외로운 인간이 아니라 서로에게 애정도 있고 빡침도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저는 지금 퇴사의 문턱에 서서

퇴사 하는 중입니다.